‘킬링 로맨스’ 남자들은 여래를 피곤하게 해 [쿡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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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하게 예쁘고 이상하게 흥겹다.
특히 존 나가 여래에게 구애할 때마다 부르는 그룹 H.O.T.의 '행복'은 가히 이 영화의 필살기라고 부를 만하다.
여래를 피곤하게 하는 건 '남자'가 아닌 '남자들'이 된다.
숨 쉴 틈이 없어 탈진해가던 여래의 내면을 진지하게 연기해 관객과 의외의 공감대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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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상하게 예쁘고 이상하게 흥겹다. 희한하게 공감도 간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킬링 로맨스’(감독 이원석)가 그렇다. 남편을 죽여야 사는 여자. 107분간 이어지는 그의 여정에 동행하고나면, 당신은 당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할지 모른다.
주인공 황여래(이하늬)는 말 그대로 인형 같은 삶을 산다. 한때 잘나가는 스타였던 그는 자길 물어뜯는 사람들 앞에서 인형처럼 미소 지어야 했다. 도피하듯 떠난 콸라 섬에서 재벌 조나단 나(이선균)를 만나 결혼하지만 지옥은 다시 펼쳐진다. 조나단 나, 줄여서 존 나로도 불리는 남편은 “미소는 아름다움의 완성”이라며 여래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이혼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존 나는 누구든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는 악당이라서다.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도 울고 갈 만큼 가혹한 결혼생활이지만 영화는 경쾌하다. ‘골 때린다’는 표현이 딱이다. 과장된 캐릭터, 어디로 튈지 모를 전개와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상업영화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로 마니아를 모은 이원석 감독의 솜씨다. 난데없이 노래를 시작하는 뮤지컬 장면을 뻔뻔스레 녹여낸 점도 매력이다. 특히 존 나가 여래에게 구애할 때마다 부르는 그룹 H.O.T.의 ‘행복’은 가히 이 영화의 필살기라고 부를 만하다. 처음엔 관객을 킥킥거리게 하더니 나중엔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가수 비의 히트곡 ‘레이니즘’을 패러디한 여래의 응원가 ‘여래이즘’은 배우 이하늬가 tvN ‘SNL코리아7’에서 부른 ‘레드카펫’을 연상시킨다.
벼랑 끝에 몰린 여래는 자신의 열혈 팬인 4수생 범우(공명)를 만나며 남편 죽일 궁리에 빠진다. 영화 제목이 ‘킬링 로맨스’(사랑 죽이기)인 이유다. 완전 범죄를 꿈꾸던 두 사람이 생각해낸 방법은 불가마다. 승부욕 강한 존 나를 자극해 불가마에서 찜 쪄 죽이자는 계획이다. 그러나 범우가 결정적인 순간 태도를 바꾸면서 여래도 곤경에 빠진다. 여래를 피곤하게 하는 건 ‘남자’가 아닌 ‘남자들’이 된다.
남편 죽이기를 향해 질주하던 영화는 핀 조명을 범우에게 옮기면서 추진력을 다소 잃는다. 괴상망측한 유머도 어느 순간 궤도를 이탈한 인상이 크다. ‘행복’과 ‘여래이즘’이 맞붙는 마지막 장면은 보는 이에 따라 ‘대박’을 외칠 수도, ‘에이’라며 실망할 수도 있다. 여래를 연기한 배우 이하늬는 만화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면서도 현실감 있는 감정선을 불어 넣는다. 숨 쉴 틈이 없어 탈진해가던 여래의 내면을 진지하게 연기해 관객과 의외의 공감대를 만든다. ‘남자사용설명서’에서 톱스타 이승재를 맡아 “잤지? 잤지?”를 외치며 지질한 매력을 뽐냈던 배우 오정세가 영화에 깜짝 등장한다. “한 명 살았어!” 이 짧은 대사로도 관객을 웃기는 연기력이 일품이다.
‘남자사용설명서’ 이후 10년 만에 코미디 신작을 선보인 이 감독은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킬링 로맨스’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며 “살다 보면 정체되는 순간이 온다. 멈춰있는 내게 누군가 용기를 주면 나를 둘러싼 두려움의 벽이 무너진다. 그렇게 (정체기를 끝내고) 변할 힘이 생긴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먹다 보면 중독되는 민트초코 같은 영화”라고 자신했다. 15세 관람가.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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