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떼서 판 롯데카드…매각 여전히 ‘안갯속’
매각 지지부진 롯데카드…자회사 쪼개기로 매수자 부담 줄여
고금리·자본적정성 저하는 걸림돌
IB(투자금융)업계에 따르면 호주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맥쿼리자산운용은 롯데카드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로부터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현재 롯데카드 지분의 59.8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로카모빌리티 매각을 결정했다”면서 “같은날 맥쿼리자산운용과 4000억원 규모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로카모빌리티는 2009년 11월 설립된 선불 교통카드, 단말기 제조사로 교통카드 시장점유율 2위(37%)를 차지하는 교통카드 브랜드 ‘cashbee(캐시비)’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522억원의 상각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부터 로카모빌리티 인수를 두고 카카오페이와 쏘카 등과 경쟁을 벌여왔다. 지난 12월 본입찰 당시 맥쿼리자산운용만이 자금 증빙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을 진행하며 매각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MBK파트너스가 제시한 롯데카드 매도 희망가 3조원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매각이 좀처럼 진척되지 못했다.
이번에 자회사 처분으로 롯데카드 덩치가 줄어들면서 매수자 부담이 덜어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자회사이자 롯데카드의 베트남 해외법인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의 매각이 성사된다면, 롯데카드의 매각은 2조원 초반대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여전히 변수는 남아있다. 롯데카드는 레버리지 비율 상승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됐다. 롯데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780억원으로 전년(2258억원) 대비 23.1%(522억원) 급증했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19.3%(2020년)→17.9%(2021년)→14.9%(2022년)으로 최근 3년 하락세다. 카드사들의 지난해 말 기준 조정자기자본비율 평균 19.4%보다도 낮았다. 카드사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건전성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을 자본으로 나눈 레버리지 비율도 7.2배로 업계 평균인 6배에 비해 높은 편이다.
불안정한 업황도 걸림돌이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와 고금리 기조 유지 등 카드사를 둘러싼 환경이 비우호적이라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롯데카드 인수에 관심을 가질만한 금융지주사들이 CEO(최고경영자) 교체 등 조직개편이 대거 이뤄진 상황에서 M&A(인수합병)를 챙기기 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롯데카드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매수자 입장에서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카드사 부동산PF 잔액은 1조4758억원으로 카드사 전체 규모의 84%를 차지한다.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PF대출의 본원적 위험 수준이 기존 카드 자산 대비 높은 점, 최근 부동산경기가 저하된 점 등을 고려할 때, 부실발생 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대출자산이 주로 가계대출로 이뤄진 다른 카드사와 달리 동사의 대출자산은 기업대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점도 리스크 요인이다. 대출자산은 팩토링(9%), 부동산PF(48%), 기타 기업대출(37%), 기타 가계대출(6%)로 구성돼있다.
그러면서도 한국신용평가는 “우수한 건설사 시공능력, 수도권 중심의 지역 구성, 낮은 브릿지론 비중, 선순위 투자 중심, Exit 분양률 달성 수준, 충당금 적립 수준 등을 고려할 때 “롯데카드 부동산PF 대출의 질은 다른 제2금융권 금융기관 대비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지하철 9호선 사업에 참여한 뒤 기본요금을 5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13년 철수하면서 주식매매차익으로만 284억원을 챙겨 ‘먹튀 논란’이 일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춘천구간, 인천공항고속도로, 우면산터널, 용인서울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사업에도 투자해 1조 70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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