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호금융권 높아진 대출 문턱에 지역주택조합 '벼랑 끝'

부광우 2023. 4.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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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수년째 원천 봉쇄 지속
새마을금고 등도 요건 강화
고금리 빚더미 내몰린 서민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본관 전경. ⓒ농협중앙회

상호금융권이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나서면서 관련 사업장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 농협 조합이 이들을 대출 불가 대상으로 묶어 둔 와중 경쟁 상호금융사들까지 문턱을 높이고 나서면서, 지역주택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 빚더미에 내몰리는 실정이다.


상호금융사 측은 부실 가능성이 높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장별 리스크 측정도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대출 부적격자 딱지를 붙이는 건 부당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상호금융여신지원부는 2020년 11월부터 내부적으로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공동대출 취급을 막고 있는 상태다. 공동대출은 여러 단위 조합이 함께 토지 매입자금 등을 조달해 주는 행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시·도 등 동일 지역 범위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택이나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 조합을 설립한 후 사업 시행의 주체가 돼 토지를 매입하고, 그 조합원들이 싼 값에 집을 취득할 수 있는 사업 시행 방식이다.


지역주택조합의 장점은 현재 집이나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도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주택·토지를 소유하고 있어야 참여가 가능한 재개발·재건축조합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지역주택조합원의 자격은 주택조합 설립 인가 신청일부터 해당 조합주택의 입주 가능일까지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주거 전용 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한 채만 가진 세대주다.


다만 이런 구조는 지역주택조합의 리스크이기도 하다. 재개발·재건축조합은 이미 토지와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체인 반면, 지역주택조합은 소유자가 아닌 이들이 토지를 확보해 가며 사업을 진행해야 하는 만큼 재개발이나 재건축보다 위험 요인이 많다.


농협이 지역주택조합에 대출을 막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동대출의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가운데 한 지역주택조합에서 큰 규모의 부실이 발생하자, 이를 계기로 아예 관련 대출을 차단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최근 다른 상호금융사들까지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다. MG새마을금고는 이번 달 초부터 지역주택조합을 상대로 한 최대 대출 한도를 300억원으로 제한했다. 신협은 아직 구체적인 대응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당분간 지역주택조합 대출 취급을 지양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서 지역주택조합들은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사업 성패의 핵심인 토지 확보를 위한 자금줄이 마르다 보니 부실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악순환이다. 이 때문에 결국 연 10%를 크게 웃도는 저축은행 대출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있다는 볼멘소리다.


지역주택조합들 사이에서는 무조건적인 대출 중단은 부적절한 조치란 비판이 나온다. 개별 사업장에 대한 실사 등 리스크 산정도 없이 모든 지역주택조합을 일괄적으로 대출 불가 대상으로 삼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얘기다. 이대로라면 정상 사업장들까지 고사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불안이 깔려 있다.


특히 지역 사회에서 큰 자금줄을 쥐고 있는 농협이 아예 대출을 틀어막으면서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역주택조합은 부지 면적 95% 이상 확보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렇게 토지 권원을 확보해 조합원 모집률이 양호한 조합까지 제재로 타격을 받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각 사업장의 옥석을 가려 부실 리스크를 줄이는 게 목적이지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분별하게 지역주택조합을 차별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호소다.


실제로 몇몇 지역주택조합은 공식적으로 농협중앙회에 규제를 해제해 달라는 호소문을 보내기 시작했다. 지역주택조합들은 해당 호소문에서 "본래 지역주택조합에 담보 대출을 지원해줬던 농협이 대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사업부지 확보에 크나큰 어려움이 생기게 됐다"며 "이로 인해 많은 지역주택조합들이 사업 추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적인 이율의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면서 줄도산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농협이 대출 취급 시 요구하는 일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지역주택조합도 더러 있겠지만, 재무건전성과 대출금 상환능력, 사업성, 담보 가치 등을 충족하는 건실한 조합들도 존재한다"며 "심사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대출 취급 여부를 판단하면 될 문제이지 현재와 같이 일률적으로 대출을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꼬집었다.


또 "지역주택조합원은 무주택자 또는 85㎡ 이하 1주택을 소유한 서민들"이라며 "따뜻한 서민금융을 실천해 지역 사회와 국가 발전에 공헌한다는 농협의 존립 목적과 경영 이념을 재고해 부디 서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담보 대출을 재개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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