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관리기까지" 삼성·LG 틈새시장서도 자존심 싸움
의류관리기 주도권 뺏겼던 삼성, 신발관리기 시장 선점 의지
국내 가전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가전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가전 수요가 둔화된 시기 틈새 수요를 공략한다는 차원인데 양사는 기존 스테디셀러 제품 외에 신발관리기 등의 이색 가전 분야에서 시장 선점을 위해 맞불을 놓고 있다. 과거 '의류관리기'와 마찬가지로 기존에 없던 수요가 창출될지 업계는 주목하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023년형 신발관리기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출시해 대대적인 홍보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1년 탈취·건조·살균을 통해 신발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 주는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처음 선보이며 신발관리기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올해 신제품의 경우 최대 네 켤레의 신발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등 사용성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신제품은 짧은 시간 안에 탈취 및 건조가 가능한 코스를 추가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기존 제품에서 약 59분이 걸렸던 '외출 전 코스'가 35분짜리 '보송 케어 코스'로 시간이 단축돼 등교나 출근 등 바쁜 아침에도 빠르게 신발을 관리할 수 있다. 2시간짜리 '표준케어 코스'도 추가로 도입됐다.
LG전자 역시 지난달 31일 신발관리 솔루션 'LG 스타일러 슈케이스·슈케어'를 출시했다. 출시 계획을 밝힌 지 약 2년 만이다. LG전자의 신발관리기는 'IFA 2022'에서 공개돼 지난해 연내 출시가 유력해 보였지만, 품질에 초점을 맞추면서 출시가 다소 늦춰졌다.
LG스타일러 슈케이스는 신발 관리를 넘어서 예술 작품처럼 감상할 수 있는 신개념 전시함이라는 마케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발 케어 뿐만 아니라 보관 기능에도 초점을 둔 것이다. 의류관리기인 'LG 스타일러' 특허 기술인 트루스팀(TrueSteam), 미세한 습기와 냄새까지 제거하는 제오드라이필터(Zeo-Dry filter) 등 신발관리에 최적화된 혁신기술을 탑재했다.
이번 신발관리기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은 TV와 냉장고 등 양대 가전 제조사의 소위 정통 가전 제품군의 수요 둔화와 연관이 있다. 주요 가전 시장이 침체를 겪으며, 업계가 이색 가전으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2억 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LG전자가 의류관리기와 식물 재배 가전 등의 새로운 형태 가전을 앞세워 시장을 개척했다는 측면에서, 신가전은 불황을 돌파할 키로 꼽히는 추세다. 특히 의류관리기의 경우 LG전자가 처음 스타일러를 출시한 2011년과 비교해 현재 판매량은 3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도 코로나19·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올해 업계가 제2의 의류관리기 시장으로 꼽는 곳은 신발관리기다. 인기 있는 물건을 비교적 싼 가격에 사서 비싸게 되파는 '리셀' 시장 규모가 점차 커짐에 따라 신발관리기에 대한 수요도 궤를 같이 할 것이란 측면에서다. 미국의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19년 20억 달러(한화 약 2조4000억원) 규모에서 2025년 60억 달러(약 7조2천000억원)으로 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의류관리기 시장을 개척했던 LG전자에 신가전 주도권을 빼앗겼던 삼성전자의 신발관리기 시장 선점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타일러라는 이름이 의류관리기의 고유명사로 자리잡을 정도로 의류관리기에서는 LG전자의 주도권이 앞서나갔다"면서 "이에 삼성이 신발관리기에 선제적 공세를 취하면서 시장 확장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향후 이외에도 양사는 다양한 가전 제품군에서 격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펫 케어 기능을 강화한 2023년형 '비스포크 제트 봇 AI' 출시하며 펫팸족(Pet+Family)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LG 휘센 타워II' 역시 실내 온도가 특정값에 도달하면 집에 있는 반려동물을 위해 냉방 혹은 알람을 주는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며 가전 제조사들의 실적 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가전 시장은 어느 정도 침체기에 접어들어 수익성 개선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의류관리기와 식기세척기가 신가전에서 필수가전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이번 양사의 신발관리기 시장 공략도 그런 기대감을 내포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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