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이자 38억" 답 없는 한전…요금인상 무소식에 속앓이만
2분기 전기·가스요금 조정이 보류된 지 2주 가까이 지났지만, 인상 결정까진 갈 길이 멀다. 전기료 현실화가 차일피일 늦어지면서 직접적 영향을 받는 한국전력은 물론이고, 민간 발전업계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당정은 지난달 31일 2분기 요금 발표를 미룬 뒤 각계 전문가 의견 수렴, 한전·가스공사 추가 자구책 요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 11일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재한 에너지 공기업 경영혁신 상황 점검 회의에서 조직 혁신안 발굴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핵심'인 요금 발표가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 미정이다.
당정은 전기료 인상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폭과 시간이다. 특히 요금 인상안이 나와도 소급 적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늦게 발표될수록 한전이 손해 보는 구조다. 4%대로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 부담 등에 따라 인상 폭이 크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뤄진 1분기 인상(㎾h당 13.1원)만으로는 올해 전체 인상 요인(51.6원)까지 갈 길이 멀다.
그러는 사이 한전은 올 상반기에도 10조원 넘는 적자를 낼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자금 조달이 급하다 보니 이달 들어서만 연 4% 안팎의 2~3년물 한전채를 1조3400억원 어치(12일 기준) 찍어냈다. 채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매일 지불해야 하는 이자액만 38억원에 달한다. 자금 여유는 적은데 잇따른 봄철 산불, 태양광 발전 출력제한 속에 송·배전망을 챙겨야 하는 숙제까지 늘었다. 한전 관계자는 "계속 자구책 관련 회의를 하면서 최대한 내부 예산을 줄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 올해 송·배전망 투자에만 7조원 가까이 들어가야 하는데 요금 인상이 없으면 그 돈도 빠듯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돌파구 없는 한전 내부선 요금 인상만 바라보고 있다. 여당 등은 국민 눈높이에 맞춰 '뼈를 깎는' 내부 대책부터 마련하라고 압박하지만, 요금 조정과 경영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창의융합대학장은 "비수기인 2분기에 요금을 대폭 올리지 않으면 7월 이후 '냉방비 폭탄' 이슈가 터져도 대응할 수단이 없다. 한전이 적자를 메우는 건 차치하더라도 소비 절약, 에너지 고효율 기기 지원 등을 위한 여유 자금부터 만들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민간 발전사들도 요금 현실화가 시급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이들은 전기료 인상이 최소화되는 대신 한전 적자 감축 차원서 도입된 'SMP(전력 도매가) 상한제'가 계속 이어질까 봐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SMP 상한제를 두고 에너지 가격 급등 부담을 발전사들에 떠넘긴다는 반발이 여전하다. 전력 판매 정산 단가가 ㎾h당 80~110원가량 줄면서 지난해 12월~올 2월 석달간 약 2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주장한다.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업계에선 전력 단가가 대폭 줄었는데, 가스공사에서 연료용으로 공급받는 가스 도매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9월부터 이러한 도매가가 도시가스 소매가보다 오히려 높은 '단가 역전'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민간 발전사들은 규정상 한 달 쉬었던 SMP 상한제가 4월부터 다시 시행 중인 만큼 향후 손실이 더 커질 거라고 강조한다. 적자 경영, 자금 조달 차질이 이어지면 발전소 운영 중단 등에 이르러 전력 시장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손실이 쌓이면서 추가 설비 투자 등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기료를 현실화하는 대신 SMP 상한제는 종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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