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양간지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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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학, 이조참판을 지낸 조선 중기 문신 이식(1584∼1647)의 저서 '수성지'에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이란 구절이 나온다.
강원도 양양과 간성(고성군의 옛 중심지) 사이에서 부는 강풍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지리서 '택리지'에도 언급된 것을 보면 양간지풍은 강원 영동지방의 오랜된 특이 기상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양간지풍은 2~4월 강원도 동해안에 부는 강하고 건조한 남서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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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제학, 이조참판을 지낸 조선 중기 문신 이식(1584∼1647)의 저서 ‘수성지’에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이란 구절이 나온다. 강원도 양양과 간성(고성군의 옛 중심지) 사이에서 부는 강풍을 이르는 말이다. 간성현감으로 있을 때 겪었던 봄철 그 지역의 거센 바람을 그는 그렇게 불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이 쓴 지리서 ‘택리지’에도 언급된 것을 보면 양간지풍은 강원 영동지방의 오랜된 특이 기상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양간지풍은 2~4월 강원도 동해안에 부는 강하고 건조한 남서풍이다. 우리나라 북쪽에 저기압이, 남쪽에는 고기압이 좁은 간격으로 위치할 때 부는 강한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다 위에 있는 역전층을 뚫지 못하고 압축돼 속도가 더 빨라진다.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부는 강한 바람이라는 뜻으로 양강지풍으로도 불리는데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0m를 넘나든다. 태풍이 초속 17.2m 이상이니, 가히 태풍급의 바람이다. 고도를 높여 산맥을 넘는 과정에서 수증기를 잃어 바싹 마른 상태인 데다 속도가 빠르니 불씨를 만나면 걷잡기 어려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조선왕조실록에는 간성 양양 강릉 삼척 등 영동지방에 대형 화재로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허다하다.
양간지풍으로 인한 대형 화재는 요즘에도 끊이지 않는다. 850여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2000년 고성·속초 산불, 낙산사 등을 삼킨 2005년 산불, 고성·속초·강릉·동해·인제 일대를 덮친 2019년 산불은 양간지풍이 키운 참사였다. 지난 11일 강릉 경포호 인근에서 발생해 10여명의 사상자를 내고 축구장 면적 530배에 이르는 산림과 주택·펜션 100여채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도 같은 사례다. 고온건조한 시기인 3~4월에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지만 강원도 동해안 지역의 산불은 빈도가 훨씬 잦고, 피해 규모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예견되는 참사인만큼 정부 주도하에 피해를 최소화할 확실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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