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보다 엄벌… 대입 정시 뿐 아니라 논술·실기도 불이익
교대·사대 지원 자체 막힐 수도
가해-피해 학생 분리 7일로 연장
정부가 12일 내놓은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은 가해자 처벌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책을 발표하며 “그간 안이한 온정주의로 피해 학생이 보호받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학폭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학폭 가해학생에 대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위주인 정시모집뿐 아니라 논술·실기·실적 전형에서도 불이익을 주고, 중대 사안의 경우 학교생활기록부에 4년 동안 기록을 남기도록 했다. 학폭 징계를 회피하기 위해 자퇴하더라도 학생부에는 기록이 남는다. ‘학폭을 저지르면 앞날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낸 것이다. 다만 최근 당정협의회에서 언급된 ‘취업에서도 불이익’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교육부는 현재 고1이 치르는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폭을 정시모집에 의무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다. 구체적 반영 방식은 대학에 맡겼다. 다만 정시 지원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김혜림 교육부 인재선발제도과장은 “(학폭 가해자를 대입에서) 모두 배제하는 건 문제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학폭 사안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감점 방식이 일반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학폭 가해학생에게 내려지는 처분은 1호 서면사과부터 9호 퇴학까지 9단계가 있다. 예컨대 ‘6호 출석정지 처분을 받은 지원자는 총점에서 ○점 감점’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지원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오승걸 책임교육정책실장은 “인성이 바탕이 돼야 하는 교대나 사대의 전형일 경우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한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학교장 추천 전형에서 학폭 징계 전력자를 원천 배제하는 대학도 나올 수 있다.
대학들이 감점 방식을 일반화할 경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심각한 학폭을 저지르고도 수능 1~2문항 더 맞히면 만회할 수 있다는 주장과 미세한 점수 차로 당락이 갈리는 명문대 입시에서는 효과가 있다는 반론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오는 8월 대학협의체(대학교육협의회 등)가 발표하는 2026학년도 대입전형기본사항이 나와야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학폭 가해자가 정시에서도 불이익을 받게 되면 관련 소송이 증가할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도 예상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졸업을 앞두고 학생부에서 가해 기록을 삭제할 때 피해자의 동의 여부와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한다는 게 유일한 방안이다.
이와 함께 대입 전형과 소송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소송 결과에 따라 당락이 바뀔 수 있어 입시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를 ‘대학의 문제’로 넘기는 분위기다. 교육계에선 학폭 소송의 경우 공직선거법 재판처럼 최대한 조속히 결과가 나오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이번 대책에는 담기지 않았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학폭 기록 4년 유지는 전문대에 진학하는지,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지 여부에 따라 취업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소년범 또는 학교 내에서 교권침해 행위를 해 징계를 받은 학생과의 형평성 논란도 있다. 소년원에 송치된 사실은 학생부에 남지 않는데, 학폭 처분만 학생부에 남아 대입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피해자 보호 대책은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즉시 분리 기간을 3일에서 7일로 연장하고, 피해 학생이 가해자와의 분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학교장이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의 학급을 바꿀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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