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이러니 지방의회 없애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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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완화로 3년 만에 해외여행 빗장이 풀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 러시도 시작됐다.
정답은 아니지만 아무리 지적해도 바뀌지 않는 지방의원들 행태에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지방의원 1인당 400만원 안팎의 국외공무출장 여비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꼭 필요한 출장에 대해서만 심사를 거쳐 예산을 집행해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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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완화로 3년 만에 해외여행 빗장이 풀렸다. 약속이라도 한 듯 지방의원들의 해외출장 러시도 시작됐다. 국민일보가 전국 243개 지방의회의 해외 출장내역 및 심사회의록을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해 7월 임기 시작부터 이달까지 305건의 출장이 진행됐다. 지금까지 예산이 확인된 256건(82.8%)에 들어간 돈만 93억8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의원들은 ‘출장’이라고 썼지만 ‘관광’으로 읽히는 사례가 허다했다. 여행소감문이라고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의 출장보고서도 수두룩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아닌 지방의원들로선 해외 선진 행정사례 등을 보고 와도 의정활동에 바로 반영하기 쉽지 않다. 이를 감안해도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나 인사이트를 담은 보고서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대신 보고서마다 “이번 출장은 ○○구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던, 충분히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식의 자평과 다짐이 넘쳐났다.
이번 기획기사에 대한 반응은 세 갈래로 추려졌다. ‘이럴 거면 그냥 지방의회를 없애자’는 반응이 가장 눈에 띄었다. 지방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기초의회 무용론’이 제기된 상태다. 정당공천제도 도입 후 정당마다 자질이 부족한 이들을 후보로 줄 세워 내놓고, 유권자도 누가 누구인지 모른 채 정당투표를 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 취지가 무색해진 지 오래다. 이런 마당에 번번이 세금 축내며 해외출장 다니는 지방의원들 모습을 지켜보느니 지방의회 자체를 폐지하자는 것이다. 정답은 아니지만 아무리 지적해도 바뀌지 않는 지방의원들 행태에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는지 충분히 느껴졌다.
다음으론 출장제도 자체를 없애자는 주장이다. 지방의원 1인당 400만원 안팎의 국외공무출장 여비 예산을 편성하는 대신 꼭 필요한 출장에 대해서만 심사를 거쳐 예산을 집행해주자는 것이다. 국외공무출장 제도가 과거 지방의원들이 무보수 명예직 시절 마련된 것인 만큼 이제라도 현실화하자는 지적이다. 이미 책정된 예산이라 출장을 안 가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보니 엉터리 출장이 계속되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이들도 제법 많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통제하고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해봐야 할 점이 많다.
마지막으로 출장 계획 단계부터 이후 결과 보고 및 의정활동 적용 단계에 이르기까지 주민 감시를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중에서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던 심사위원회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공개된 지방의회의 국외공무출장 심사회의록을 보면 거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가결이 이뤄지곤 했다. “이렇게 가면 문제가 될 테지만 다른 데서도 다 보내주니 우리만 어쩔 수 있냐”는 식으로 보내주는 게 관행 아닌 관행이었다.
그런데 최근 부산에서 작은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 부산에선 세계박람회 유치를 앞세워 기초의회마다 비슷한 일정으로 해외출장을 떠나려 해 잡음이 일었다. 보다 못한 지역 시민단체와 주민들이 1인 시위를 하고 반대 기자회견을 열며 들고일어났다. 이런 여론을 반영한 듯 북구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는 지난 6일 개원 이래 처음으로 의원들의 해외출장 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인근 사하구의회와 다를 바 없는 출장을 왜 가려 하느냐는 지적을 수용했다고 한다. 부산 북구뿐 아니라 전국 기초의회마다 이처럼 통쾌한 결정이 내려진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이런 관광성 출장은 다른 데서도 다 안 보내는데, 어떻게 우리만 보냅니까”라며 엉터리 출장 계획을 부결시키는 것이 새로운 관행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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