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고 총든 아이들… “입시 전쟁 투영한 풍자극”

최예슬 2023. 4. 13.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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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펜 대신 총을 잡는다.

"원작을 그린 하일권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지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아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피 터지게 경쟁하고 싸워야 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려고 이 웹툰이 나온 게 아닐까 했어요. 입시전쟁을 치르는 학생들의 모습을 구체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로 표현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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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성용일 감독 인터뷰
고3이 진짜 전쟁에 동원되는 내용
‘수능 가산점’ 볼모로 사지 몰아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을 연출한 성용일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달 중 공개되는 파트2에선 본격적으로 구체 제거 작전에 동원된 3학년 2반 아이들의 처절한 생존기가 다뤄질 예정이다. 티빙 제공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펜 대신 총을 잡는다. 교복 셔츠 위엔 군복을 덧입었다.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이들은 군대처럼 합숙 훈련을 시작한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방과 후 전쟁활동’은 학원 밀리터리물이다. 인간을 공격하는 괴생명체(구체)가 나타나 입시 전쟁에 시달리던 고3이 진짜 전쟁에 동원되는 내용이다. 어른들은 “훈련에 참여하면 가산점을 준다”고 아이들을 회유했다. 수능을 볼모로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하루아침에 학생이 아닌 군인으로, 수업 대신 훈련을 받게 된 성진고 3학년 2반 학생들은 철저히 약자의 위치였다. 집에 가고 싶어도 ‘수능 가산점’을 떠올리면 그만두겠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입시 앞에서 처절하고 치열하게 싸우는 현실 고3의 모습이 투영됐다.

이 작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달 31일 파트1이 공개된 후 티빙 유료가입 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연출을 맡은 성용일 감독을 지난 6일 화상으로 만났다. “원작을 그린 하일권 작가가 어떤 의도로 이 작품을 만들었을지 생각했어요. 우리나라 교육 제도는 아이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피 터지게 경쟁하고 싸워야 하는 아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려고 이 웹툰이 나온 게 아닐까 했어요. 입시전쟁을 치르는 학생들의 모습을 구체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아이들로 표현한 거죠.”

웹툰을 드라마화하면서 성 감독은 아이들의 이타적인 면모를 부각하려고 했다. 장난스러운 10대 청소년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담았다. 인류 멸망이 눈앞에 다가온 아포칼립스 상황이지만 아이들은 총기를 받고 게임을 하는 것처럼 장난을 친다. ‘탈영하면 총으로 쏜다’는 소대장의 엄포에도 “총에 맞으면 뒤에 수박만 한 구멍이 난대”라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친구가 다쳤을 때는 모두가 힘을 합쳐 어떻게든 도우려 하고, 친구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극에서 아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건 어른들이다. 국가는 주력부대가 구체를 제거할 수 있게 유인책으로 학생 예비군을 이용한다. 아이들의 희생은 당연시 여겨졌다. 성 감독은 웹툰과 달리 아이들 편에 서는 ‘진짜 어른’ 같은 인물들을 추가했다. 3학년 2반 훈련을 맡은 2소대 소대장 이춘호(신현수)와 조교 김원빈, 3학년 2반 담임 박은영(임세미)이다. 이들은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성 감독은 “아이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입시 제도를 만든 건 어른들이지만 은영이나 춘호처럼 아이들을 도와주는 어른들도 있다는 걸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그런 면에서 춘호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학생들의 보호자이자 그들에게 희망을 가르쳐주는 유일한 어른이었다. 춘호는 학생들에게 “생존을 위해선 서로 돕고 희생해야 한다. 개인이 살려고 하는 행위가 우리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고 조언한다. 성 감독은 이 대사가 작품의 정체성을 대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총을 쏘고 구체랑 싸우는 크리처물이지만 왜 우리 아이들이 이러한 극한 상황에 내몰리게 됐는지, 어른들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생각하면서 드라마를 봐 달라”며 “우리나라 고3이 처한 입시 전쟁을 떠올리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방과 후 전쟁활동’의 파트2는 이달 중 공개된다. 파트2에서는 본격적으로 구체 제거 작전에 동원된 3학년 2반 아이들의 처절한 생존기가 다뤄질 예정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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