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환경보건시료은행 개소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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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된 건강을 다루는 분야인 환경보건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바이오마커가 사용되었다.
둘째, 2009년 시작한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KoNEHS·이하 기초조사)로서 현재 제5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혈액과 소변에서 환경오염물질 바이오마커를 측정해 전 국민의 노출 수준을 조사하고 잔여 시료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냉동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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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된다. 어떤 물질에 노출됐는지 확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체내에서 그 흔적을 찾는 것이다. 내쉰 숨 또는 혈액 속 알코올은 음주 여부를 알려준다. 노출 여부를 알려주는 생체지표를 ‘노출 바이오마커’라고 하고, 이를 추적하는 활동을 ‘바이오모니터링’이라고 한다. 화학물질 노출과 관련된 건강을 다루는 분야인 환경보건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바이오마커가 사용되었다.
1976년 미국에 무연휘발유가 도입되면서 휘발유에 투입되는 납 사용량은 1980년까지 약 55%, 미국인의 혈중 납 농도는 약 37% 감소했다. 이는 납 노출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바이오마커를 활용한 대표 사례로, 전 국민 바이오모니터링 결과였다. 한편 바이오마커를 생애초기노출(early life exposure) 연구에 활용하면 태아기 화학물질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미국, EU, 캐나다, 중국,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 출생 코호트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런 세계적 흐름에 맞춰 우리나라가 수행하는 대표적인 바이오모니터링 사업 두 가지를 소개하자면 첫째, 어린이 환경보건 출생코호트(KoCHENS·이하 코첸스) 사업이 있다. 이는 2015년 7만명의 임산부에서 산모혈과 제대혈, 그리고 출생 이후 2036년까지 소변을 채취해 태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건강 영향을 관찰하는 장기 연구다. 둘째, 2009년 시작한 국민환경보건 기초조사(KoNEHS·이하 기초조사)로서 현재 제5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혈액과 소변에서 환경오염물질 바이오마커를 측정해 전 국민의 노출 수준을 조사하고 잔여 시료는 대상자의 동의를 받아 냉동 보관하고 있다. 이렇게 저장된 시료는 환경성 질환 규명을 비롯한 관련 연구와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을 준다. 최근 생명과학의 발전은 생애초기노출로 인한 변화를 후성 유전학적 변화(epigenetic changes)로 설명할 수 있게 한다. 또 질량분석 기술의 발전은 사람이 노출된 모든 것(exposome)을 분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에 ‘국가환경보건시료은행’(시료은행)이 개소했다. 현재 소변, 혈액 등 코첸스 시료 82만점, 기초조사 시료 6만점을 보관 중이며 체계적 관리와 향후 바이오모니터링 연구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기에 학계와 정부 모두 기대가 크다. 연구자는 시료 분석으로 환경성 질환의 단서를 얻을 수 있고 정부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수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시료 제공자의 개인정보(노출 및 건강)와 바이오마커의 결과가 결부돼야 한다. 또한 시료의 분석을 바라는 민간 수요자(연구자)에 자유로이 분양돼야 하고 연구성과는 공익을 위해 회수되는 시스템이 확립돼야 한다. 시료은행이 환경보건의 미래가치를 창출하기를 바란다.
김성균(서울대 교수·보건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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