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세례 받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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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 돌아오는 부활절에는 꼭 세례 받읍시다."
세례받아 교인이 된다는 것은 기존 신자들이 누리는 모든 영적이며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누린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아 교인이 된다는 것은 동시에 위험한 상황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교인이 된다는 건 순교를 무릅쓴 위험한 일이다 보니 세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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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 돌아오는 부활절에는 꼭 세례 받읍시다.”
목사가 권하자 김 선생이라는 청년이 되묻습니다. “목사님 세례는 왜 받아야 하나요?” 질문받은 목사는 잠시 머리가 멍해집니다.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응? 그거?… 받으면 무조건 좋은 거야.”
어떤 책에 나온 단락인데 이 부분을 읽다가 한방 크게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세례란 무엇일까요. 교리 이야기는 일단 덮어두고 초대교회 이야기를 먼저 해 보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교회에서 세례는 기독교인이 되는 첫 관문입니다. 세례받아 교인이 된다는 것은 기존 신자들이 누리는 모든 영적이며 법적인 지위를 동등하게 누린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세례를 받아 교인이 된다는 것은 동시에 위험한 상황 속으로 뛰어든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오죽하면 세례받는 사람을 두고 ‘예비 사형수’라고 했을까 싶습니다. 이렇듯 교인이 된다는 건 순교를 무릅쓴 위험한 일이다 보니 세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묻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3세기 카르타고의 주교 키프리아누스의 ‘퀴리누스에게’는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120개 교훈으로 정리된 이 문서는 초기 교회에서 세례 교육자료로 사용된 교재이기도 합니다. 거기 의미 있는 내용이 많지만 특히 제26항이 가슴에 들어옵니다. ‘만일 연대하는 행동과 행위에 아무런 유익이 없다면 세례와 성찬받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세례받아 교인이 된다는 것은 단순한 신념이나 이름표가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돼 한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 돕고 의지하는 실제적인 삶을 통해 ‘신자는 이방인과 구별되는 거룩한 삶’이 드러난다고 키프리아누스는 강조합니다. 이런 말도 나옵니다. ‘이방인과 구분되는 삶이랍시고 신자들끼리만 만나지 말고 비그리스도인들 속에서 소금처럼 살 것, 정당한 임금을 제대로 지불하고 높은 이자를 취하지 말 것, 보복금지’ 등 세례자가 세상에 드러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풀어놓습니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게 있습니다. 이 책 그 어디에도 기독교 신앙을 비기독교인에게 설명하고 홍보(전도)하라는 내용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이 점은 초대교회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일관된 모습입니다. 초기 교회엔 우리가 아는 그런 전도 프로그램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박해 중에도 교인이 폭발적으로 불어났다고 합니다. 도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왔을까요. 키프리아누스의 책 제26항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일해야 합니다.’ 특별한 것은 세례가 단지 교회의 특별 예식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세례는 곧 회심이며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선행과 자비’인데 이는 주로 ‘경제적 재분배’로 드러난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36개 항목을 성경 구절과 연결하는데, “굶주린 자에게 너희 음식을 나눠주고 집 없이 떠도는 사람을 너희 집으로 맞아들이며 헐벗은 자를 보면 입히라”(사 58:7)는 구절을 통해 초대교회에서 가난한 자와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했는지 보여줍니다.
이런 정신이 세례 예비자에게 교육되었다는 말은 곧 ‘기존 신자들이 그런 삶을 본으로 보이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초기 교회 교인 모두가 함께 공유하는 세례의 영성입니다. 이에 비해 지금 우리의 세례, 우리의 교회는 어떤가요.
최주훈 목사(중앙루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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