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필향만리] 부중즉불위

2023. 4. 13.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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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공자는 “군자가 무겁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고 했다. 언행이 진중하지 못하면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뜻이다. 군자는 신임을 바탕으로 지도자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에 당연히 위엄이 있어야 한다. 위엄은 가지려 한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평소의 진중한 언행에 배어있던 것들이 쌓여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순신 장군은 옥포해전을 지휘하면서 군사들에게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 즉 “망동하지 말고, 진중하기를 태산과 같이 하라”고 명령했다. 이순신 장군 스스로가 전쟁 앞에서도 산처럼 진중하게 행동하는 위엄을 지녔기에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있었고, 군사들은 장군의 그 위엄에 복종했다.

不:아닐 부(불), 重:무거울 중, 則:곧 즉, 威:위엄 위. 무겁지 않으면 위엄이 없다. 25x86㎝.

남명 조식 선생은 “쟁사두류산, 천명유불명(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즉 “하늘이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는 두류산(지리산)을 어찌하면 닮을 수 있을까”라는 시를 지어 주련(柱聯)으로 걸었다. 하늘은 천둥이라도 울리지만 지리산은 하늘보다도 더 무겁게 자리하고 있다고 한 표현도 장엄하고, 그런 지리산을 닮고자 한 남명 선생의 의지와 기상도 비할 데 없이 커서 큰 위엄으로 다가온다.

나를 믿고 따르라고 목청을 높이거나 대형 현수막을 내걸어 우리 당을 지지하라고 선전할 일이 아니다. 진중한 몸가짐, 믿음을 사는 언행으로 위엄을 갖추면 따르는 사람은 저절로 생긴다.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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