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의 과학 산책] 이상한 나라의 유쾌한 수학자
지난해 3월 개봉했던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탈북 수학자에 관한 영화로, 탄탄한 줄거리와 캐릭터, 연기, 연출까지 잘 갖추어져 큰 감동을 주었다. 대본을 수학자가 썼나 싶을 만큼 수학자의 경험을 잘 반영한 대사가 놀라웠다. 하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르지 않을까. 최민식이 연기한 리학성은 코체르 비르카를 연상시킨다. 이란 쿠르드족 출신으로 수학자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어릴 적 난민 자격으로 홀로 영국으로 이주한 후, 대수기하학에 크게 기여하여 2018년 필즈상을 받았다.
영화 ‘굿 윌 헌팅’은 뛰어난 수학적 재능을 가졌으나 불우한 환경 탓에 대학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윌이 자기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윌은 장이탕(張益唐)을 떠오르게 한다. 박사학위 후 변변한 직장 없이 십수 년을 식당과 배달일 등을 하다가, 친구의 도움으로 뉴햄프셔에 정착한 50대 후반 쌍둥이소수추측 관련 정리를 증명하여 세계적 수학자 반열에 올랐다. ‘뷰티풀 마인드’는 수학자로 노벨상을 받은 존 내쉬에 관한 영화다. 탁월한 재능으로 치열하게 연구했으나 조현병과 싸우며 수십 년을 떠돌다 노년에 자기 자리로 힘들게 돌아왔고, 아벨상 수상 직후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였다.
많은 수학자가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삶을 불꽃처럼 살다 갔다. 스무살에 결투를 앞두고 자신이 발견한 성과를 편지로 전하고 스러져간 혁명가 갈루와, 정상에 섰지만 전쟁에 반대하며 모든 것을 던지고 산속 은둔자로 살아간 그로덴틱, 100만 달러 상금과 필즈상을 거부하고 자연인의 삶을 선택한 페렐만 등.
왜 이들은 특별한 삶을 살게 되었을까. 수학 연구에 집중하다 보면 몰입의 상태에 들어가고 이내 큰 기쁨을 느낀다. 돈, 명예, 권력과 비할 수 없는 큰 행복을 경험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과 가치관이 바뀌게 된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다면 책장 구석의 수학책을 꺼내서 작은 문제 하나 잡고 이리저리 고민해보면 어떨까.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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