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돌아온 부산 갈매기
‘지금은 그 어디서 옛 생각 잊었는가. 꽃처럼 어여쁜 그 이름은 고왔던 순이, 순이야’로 시작하는 대중가요 ‘부산 갈매기’는 김중순이 작사·작곡하고 문성재가 부른 히트곡이다. 1982년 발표돼 4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부산 시민 사이에서 일종의 지역 주제가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지역 연고 구단 롯데 자이언츠 홈 경기에 오랜 기간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며 구도(球都)를 자처하는 부산과 사직야구장의 명물로 자리매김했다.
애향심에 뿌리를 둔 지역 연고 시스템과 함께 성장한 프로야구에서 도시 이름이 들어간 이 노래의 흡인력은 엄청났다. 지금은 ‘부산 갈매기’라는 말이 야구단과 선수들, 팬들까지 아우르는 별칭으로 쓰일 정도다. 야구판에서 이 노래에 비견할 만한 애창곡은 남행열차(KIA)와 연안부두(SSG) 정도다.
국민가수 조용필의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중심으로 홈 경기 응원전을 펼치던 롯데가 부산 갈매기를 응원가로 추가한 건 1990년대 초반 무렵으로 추정된다. “경기 도중 한두 번 들리는가 싶던 곡이 어느새 홈 팬들이 한목소리로 ‘떼창’하는 노래가 됐다”는 게 롯데 팬의 증언이다.
부산 갈매기는 ‘마성의 응원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승부처에서 롯데 응원의 트레이드마크인 신문지, 봉다리(봉지의 사투리)의 물결과 함께 이 노래가 울려 퍼지면 상대 팀 선수들도 묘한 긴장감을 느끼곤 했다.
약방의 감초 같던 이 노래가 야구장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건 지난 2018년 3월의 일이다. 프로야구 응원가가 저작인격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며 일제히 사용 중지 상태로 바뀌고 말았다. 이후 대부분의 음원이 차차 야구팬들 곁으로 돌아왔지만, 부산 갈매기만큼은 예외였다.
그렇게 훨훨 날아갔던 부산 갈매기가 5년간의 긴 비행을 마치고 사직야구장 관중석에 다시 돌아왔다. 롯데와 곡 저작권자가 올 시즌을 앞두고 응원가 사용 재개에 극적으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롯데 홈 개막전에선 공식 응원가 지정 행사도 열렸다. 롯데는 7회 ‘열광 응원 타임’에 홈 관중들과 한목소리로 이 노래를 열창하며 ‘꽃처럼 어여쁜 순이’의 야구장 컴백을 자축했다. 순이는 비록 ‘나를 잊었’지만 야구팬들의 뜨거운 사랑만큼은 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송지훈 스포츠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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