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룡의 신 영웅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술버릇
지금껏 인류 역사에서 최고의 전사는 고대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기원전 356~323) 대왕일 것이다. 왕자로 태어나 건장하고 무술에 뛰어났다. 자식을 알아본 아버지 필립포스 왕이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를 가정교사로 초빙해 가르쳤으니 그의 문무가 얼마나 훌륭했겠는가.
그러나 그에게는 못된 주벽(酒癖)이 있었다. 밤새 술을 마시고 이튿날 해가 중천에 뜨도록 늦잠을 잤다. 남들과 함께 마시며 이야기가 그치지 않았는데, 그는 그런 주사(酒邪)를 담론으로 여겼다. 주변 사람들이 죽을 맛이었다. 신하 가운데 술 담당관도 있었다.
기원전 327년 그는 인도 정벌에 나섰다. 이란 수사 지역에 이르렀을 때 큰 전투가 벌어져 서로 피해를 보았다. 전몰장병의 화장을 마친 알렉산드로스는 저녁을 먹으며 술자리를 시작했다. 가장 많이 마시는 장병에게 왕관을 상으로 걸고 술내기를 했다. 페르시아 독주가 나왔다.
시합이 끝났을 때 마흔한 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우승자 프로마코스(Promachus) 장군은 독주 11.2L를 마시고 황금 1달란트(27.216㎏) 어치 금관을 받고 혼절해 사흘 만에 죽었다. 지금의 소주 서른한 병 남짓한 분량인데, 도수로 환산하면 예순 병이 넘는다. 황금 1달란트는 노동자의 247년 품삯에 해당한다.
흔한 말로 잘 마시면 술도 보약이란 말이 있다. 술 한잔 마시며 말을 주고받다 보면 서먹한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끝없이 늘어지는 주석이나 “딱 한 잔만 더” 식의 술자리는 상대방에게 괴로움을 준다. 건강에도 경제에도 좋을 것이 없다. ‘논 서너 마지기 물 댈 만큼 마셨다’고 자랑하다 먼저 떠난 친구를 봤다.
알렉산드로스는 서른세 살에 바빌로니아에서 죽었다. 원인불명의 고열, 즉 불명열(不明熱) 때문이었다는데 주독이 초래한 술병이었다. 그 ‘마법의 물’은 과연 목숨 걸 가치가 있을까.
신복룡 전 건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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