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171) 나비야 청산(靑山) 가자
2023. 4. 13. 00:34
나비야 청산(靑山) 가자
작자 미상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청구영언 육당본
영원한 이상향 청산
의인화로 노래를 시작하는 기법부터 탁월하다. 나비 더러 청산에 가자고 한다. 이때의 청산은 아름다운 자연일 수도 있고, 가 닿고 싶은 이상향일 수도 있다. 곁에 있던 범나비 보고도 함께 가자고 한다. 청산이 얼마나 먼데, 망설일지도 모를 나비에게 가다가 날이 저물면 꽃에 들어 자고 가자고 한다.
만일 꽃에서 푸대접하면 어떻게 하나. 그때는 잎이 있지 않은가. 하룻밤인데 꽃이면 어떻고 잎이면 어떠하리. 잎에서나 자고 가자고 한다. 이렇게 감상해보면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가(道家)풍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다. 현실이 어렵고 각박할수록 한 발 비켜 바라보는 생활의 지혜가 필요하다. 어려운 현실에 매몰돼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1989년 5월 15일에서 6월 6일, 고선희 작가가 대본을 쓰고 김한영 PD가 연출한 MBC 월화드라마 제목이 ‘나비야, 청산 가자’였다. 김흥기씨와 엄유신씨가 주역인 홈드라마였다. 이 시조가 워낙 좋아 드라마 제목으로 채택했다고 당시 연출가는 밝혔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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