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눈물 흘리는 성모상, 돼지피로 사기쳤다"…기적 조작 논란
이탈리아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성모 마리아상'으로 순례자들을 끌어모은 한 여성이 '조작' 논란에 휩싸이자 돌연 자취를 감췄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아 주세페 스카르풀라라는 여성은 이탈리아 로마 인근 브라치아노 호숫가에 있는 마을 트레비냐노 로마노에서 피눈물 성모상으로 수년간 가톨릭 신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시칠리아 출신인 스카르풀라는 지난 2016년 '성모 발현지'로 유명한 보스니아의 순례지 메주고레에서 성모상을 구입해 이탈리아로 돌아오면서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리며 내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문을 들은 신자들은 매월 3일 피눈물 성모상을 보고 스카르풀라를 통해 성모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브라치아노 호수가 보이는 공원으로 수백명씩 몰려들었다. 이곳은 대부분 심각한 질병을 앓아 치유를 바라는 등 절박한 이들이 찾았다. 순례자들 사이에서 그는 '성자'(the Saint)'로 통했다.
스카르풀라는 아픈 어린이들 돕겠다며 신자들에게 기부금을 받아왔다. 하지만 파산 사기 전과자인 그는 이 비용을 공원 내 부지를 사들이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몰려드는 순례자들로 미디어의 관심과 지역 주민의 불만이 커지자 이 지역을 관할하는 가톨릭 주교 마르코 살비는 지난달 이 성모상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5일 "성모상의 피눈물이 돼지에서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을 한 사설탐정 안드레아 카치오티는 "너무 많은 사람이 사기를 당했다고 느끼고 있다"며 스카르풀라를 지역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지역 검찰이 11일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성모상의 피눈물이 돼지의 피라는 조작 논란이 불거진 다음날인 6일 스카르풀라는 트레비냐노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는 "신자들과의 만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는 메시지가 올라와 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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