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오픈런까지…직장인들 ‘편의점 한끼’에 2조 쓴다

최선을 2023. 4. 13. 00: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식 물가가 크게 치솟자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과 음료를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사진은 출시 약 두 달 만에 350만 개가 팔린 GS25의 ‘김혜자 도시락’. [연합뉴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오모(35)씨는 요즘 주 3회 정도 편의점에서 식사한다. 자리가 없을 땐 도시락을 사와 동료들과 회의실에서 먹는다. 점심값을 아끼기 위해서다. 오씨는 “점심시간엔 계산하기 위해 대기 줄을 설 때가 많다”며 “도시락뿐 아니라 편의점 커피도 하루 한두 잔은 마시는 ‘최애 상품’이 됐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가 치솟자 편의점이 직장인이 점심시간을 보내는 ‘주요 목적지’로 떠올랐다. 가격이나 음식 구성·맛 등에서 만족할 만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로 바뀌었다는 사실도 주목할 요소다. 실제로 지난해 ‘편도(편의점 도시락)’와 ‘편커(편의점 커피)’ 등 편의점 식사에 쓴 돈이 2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외식 시장은 지난해 1조9307억원 규모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편의점 외식이란 도시락, 핫도그·치킨 등 핫 푸드, 테이크아웃 커피 같은 간편 식사류를 말한다. 올해 이 시장은 15% 성장한 2조2309억원(물가상승률 반영)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해 2조6469억원 규모였던 라면 시장을 바짝 추격하는 수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서울 여의도·강남 등 오피스가 편의점엔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사려는 줄이 길게 늘어선다. 도시락이 진열되기도 전에 팔려나가 ‘도시락 입고런’이란 신조어도 등장했다. 편의점 CU 관계자는 “사무실 밀집 지역에서 도시락 오픈런이 늘어나고 있고, 직원들과 함께 먹기 위해 한 번에 여러 개를 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 끼에 1만원이 훌쩍 넘게 드는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 시대에 개당 3000~4000원인 편의점 도시락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종류가 다양하고 맛이 균질한 것도 장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해 7.4% 올랐다.

GS25가 올 2월 내놓은 ‘김혜자 도시락’은 약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50만 개를 넘어서며 도시락 열풍을 이끌고 있다. 이 상품 출시 이후 현재까지 GS25의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7.5% 증가했다. 오피스 매장이 91.5%로 가장 높았고, 관광지(86%), 학원가(79.1%)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CU는 ‘백종원 도시락’, 세븐일레븐은 ‘주현영 도시락’, 이마트24는 ‘39 도시락’을 각각 대표 상품으로 내세운다. 최저 350원에 사 먹을 수 있도록 할인 혜택을 늘리는 등 가성비 경쟁도 치열하다.

편의점 커피도 인기를 끌고 있다. CU는 이달부터 자체 즉석 원두커피인 ‘겟(GET) 아이스 아메리카노(XL)’의 가격을 2100원에서 2000원으로 인하하며 인기몰이에 나섰다. GS25의 ‘카페25’는 지난해 2억4000만 잔 팔렸고, 올 1분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해 26.6% 늘었다.

편의점 양산 빵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포켓몬 빵’ ‘생크림 빵’ 등 제품형 페이스트리 판매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656억원을 기록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한국 리서치총괄은 “고물가에 직장인들의 주머니가 얇아진 탓도 있지만, 편의점에서 식사와 간식을 넘나들며 취식할 수 있는 메뉴가 많아진 것도 시장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락 등 먹거리는 한국 편의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시그니처 카테고리”라며 “편의점들이 인력을 보강하고 다양한 협업 상품을 선보이는 등 먹거리에 집중하고 있어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