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가 손에 쥔 ‘반도체 대어’ ARM, 나스닥으로 간다
영국의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이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공식화한다. ARM은 전 세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회사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기업공개(IPO)·인수합병(M&A)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회사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ARM의 최대 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와 나스닥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상장에 대해 잠정 합의했고, 이번 주 후반 손정의(사진) 소프트뱅크 회장이 나스닥과 공식 계약을 체결한다. 이를 기점으로 관련 서류 제출 등 IPO 절차가 시작되며, 올가을쯤 기업공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세워진 ARM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를 설계하고 지식재산권을 판매해 이익을 얻는 기업이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314억 달러(당시 약 36조원)를 들여 이 회사를 인수했다. 손 회장은 이때 “100년 앞을 내다본 투자”라며 만족감을 표했지만, 그가 운용하는 ‘비전 펀드’의 잇단 투자 실패로 ARM 매각을 시도해왔다.
2020년엔 ARM의 라이벌인 엔비디아가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영국의 반독점 기구 승인을 얻지 못해 지난해 2월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손 회장은 재매각과 IPO를 지속해서 추진해왔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퀄컴·SK하이닉스 등이 유력한 M&A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해 10월 손정의 회장 방한 때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 삼성의 M&A 가능성이 더 증폭되기도 했다. 당시 이 회장은 손 회장의 방한에 앞서 ARM 인수 가능성을 묻는 말에“손 회장이 서울에 오면 그런(M&A) 제안을 할 듯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측은 장기적인 포괄적 협력을 모색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다.
다음 달 소프트뱅크의 1분기 실적이 공개되는데, 2년 연속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IPO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소프트뱅크의 흑자 전환도 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손 회장은 다른 투자·경영 활동 대신 ARM의 실적 개선에 집중해왔다. 그중 하나가 가격 인상이다. FT는 ARM이 지난달 반도체 설계 가격을 인상하며 수십 년 만에 비즈니스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ARM의 가치는 300억~700억 달러(약 39조6600억~92조5400억원)로 평가되는데, 이번 상장을 통해서 80억 달러(약 10조원)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IPO에 성공한다고 해도 삼성전자·퀄컴·애플(모바일 AP), 엔비디아(GPU·그래픽 프로세서) 모두 ARM의 설계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이들과 협력 관계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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