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 소송’ 판결 임박, ‘리또속’ 저주 끝날까...승소 기대감에 ‘급등’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설명서] (25)
‘리또속’.
국내 크립토 투자 시장에서 오랜 기간 통용돼온 밈(meme)이다. ‘리플한테 또 속냐’는 뜻으로, 대세 상승을 앞둔 듯 급등하다 다시 미끄러지기를 반복하는 리플 가격을 두고 나온 자조적인 표현이다.
최근 리플이 또다시 급등하면서 암호화폐(코인) 투자자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2020년부터 2년 넘게 끌어온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전이 조만간 끝날 예정이며, 리플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가격이 껑충 뛰었다.
투자자 의견은 엇갈린다. ‘리또속이 재현될 것’이라는 주장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리플이 승소할 경우 리플뿐 아니라 코인 시장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리플이 패소하며 코인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무더기 상폐’ 우려도 나온다. 결과에 따라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회를 잡을 수도, 반대로 막대한 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수 있는 상황. 현시점 리플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리플, 왜 올랐을까
판결 임박한 상황서 호재 뉴스 발생
올해 3월 투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코인은 단연 ‘리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가격이 많이 올랐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3월 한 달 동안 리플 가격은 0.35달러에서 0.57달러까지 60% 넘게 급등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종가 기준으로 따지면 485원에서 715원까지 상승했다. 3월 29일에는 장중 한때 768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시총 50위권 메이저 알트코인 중에서는 가장 돋보이는 상승률이다.
리플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미국 SEC와 소송에서 리플 발행사인 ‘리플랩스’가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다. 2020년 12월 SEC는 리플랩스가 증권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리플랩스가 허가받지 않은 증권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다. 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플랩스 패소는 당연히 리플에 악재다. 과징금은 둘째 문제. 앞으로 기준이 까다로운 SEC의 엄격한 규제를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승소 시에는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 관할권이 이전된다. 쉽게 말해 주식 시장에 준하는 규제를 받을 것인지 아니면 금·은 같은 상품처럼 취급될 것인지가 소송 결과에 따라 판가름 나게 된다.
반대로 승소할 경우 큰 폭의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이가 많다. 소송 리스크가 사라지면서 리플랩스는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된다.
리플뿐 아니라 다른 코인에도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부분 코인이 ‘증권성 논쟁’에 빠져 있는데, “코인은 증권이 아니다”라는 선례가 생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소송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지난해 9월 리플과 SEC는 빠른 결과를 받기 위해 약식 판결을 법원에 요청했고 올해 상반기 내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는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상반기 내 재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리플랩스 변호를 담당하는 존 디튼 변호사 역시 SNS를 통해 “소송 판결이 4월 안에 나올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최근 리플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호재가 발생했다. 법원이 바이낸스의 코인 대출 플랫폼 ‘보이저디지털’ 인수를 승인한 것이다. 애초 SEC는 보이저디지털 자체 발행 코인 ‘VGX’가 미등록 증권일 가능성이 있다며 바이낸스 인수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미국 법원은 ‘VGX 증권 여부에 대해 SEC가 명확한 지침을 주지 못했다’며 인수를 승인했다. 법원에서 SEC 측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결한 것이다.
리스크 크고 공급 많아 상승 제한적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지금 리플을 사도 될까’다. 최근 리플 가격이 급등한 점에 비춰보면 투자자는 ‘리플 승소’에 한 표를 던진 모습. 실제 승소 판결이 나면 리플이 오를 가능성은 당연히 크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아직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승소에 베팅, 리플에 ‘올인’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게다가 그 투자 대상이 변동성이 극심한 코인으로 평가받는 리플이라면 더 그렇다.
‘리또속’이라는 별명에서도 알 수 있듯, 리플 가격은 그동안 수없이 롤러코스터를 탔다.
특히 2017년 12월과 이듬해 1월, 한 달 새 리플이 보였던 롤러코스터 행보는 짧지 않은 크립토 투자 역사에서도 손꼽을 만한 급등락으로 기록된다. 2017년 12월 0.25달러에서 출발한 리플은 2018년 1월 6일 3달러를 돌파하는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당시 ‘김치 프리미엄(글로벌 시세 대비 국내 가격이 더 높은 현상)’이 붙었던 국내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하면 350원에서 4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1월 말 리플 가격은 700원대로 폭락했다. 이른바 ‘박상기의 난’으로 불리는 국내 코인 규제 강화가 발표된 데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리플 상장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표하는 등 악재가 겹쳤다. 당시부터 코인베이스는 리플 증권성 논란을 의식해 리플을 상장하지 않았다. 여기에 글로벌 코인 시세 사이트에서 ‘한국 리플 가격을 시세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말하며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었다. 한국에서 리플 투자가 너무 과열된 탓에 전체 시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플 롤러코스터는 소송이 시작된 2020년 말부터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모습이다. 승소 가능성을 높이는 뉴스가 나오면 급등했다가 판결이 지연되면 다시 하락하는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코인 전문 투자자는 “애초 보도대로였다면 3월 말에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 차일피일 판결이 계속 미뤄질 가능성도 없잖다”며 “리플 패소로 코인 증권성이 인정될 경우, 증권업 라이선스가 없는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무더기 코인 상폐가 일어날 수 있다. 섣부른 투자는 위험하다”며 신중론을 폈다.
한 블록체인업계 관계자는 “리플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달리 채굴로 생성되는 코인이 아닌 만큼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공급량도 워낙 많다. 단기 호재에 가격이 급등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대세 상승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코인”이라며 “기대 수익 대비 리스크가 큰 코인인 만큼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2~2023.04.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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