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전세가 반등할까...전세 수요 다시 늘었지만 입주 물량 많아
서울 지하철 1호선 광명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넓은 도로와 함께 깨끗한 아파트 단지가 눈에 띈다. 바로 광명역센트럴자이와 광명역파크자이다. 광명역에는 KTX와 1호선을 경계로 아파트가 두 곳으로 나눠졌다. 역 북서쪽에는 광명역 랜드마크 단지인 ‘광명역U플래닛데시앙’을 중심으로 광명역써밋플레이스, 광명역푸르지오가 줄지어 위치했다. 반대 광명역센트럴자이와 광명역파크자이 등 총 5개 단지 약 5500가구가 광명역 주변에 포진했다. 최근 이곳 전세 가격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광명역센트럴자이 전용 59㎡는 지난해 5월 한때 6억5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하락했다. 올해 초 같은 면적 물건은 4억원 전후로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하지만 3월부터 바닥을 찍고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다. 최근 거래된 물건은 대부분 4억5000만원 전후로 계약이 되고 있으며 현재 나온 매물은 일부 저층을 제외하면 대부분 호가가 5억~6억원에 형성됐다.
전용 84㎡ 역시 비슷하다. 광명역U플래닛데시앙 전용 84㎡의 경우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만 해도 5억원 이하에 거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3월 이후 4억원대 매물은 아예 찾기가 어려워졌다. 대부분 5억5000만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으며 최근 매물은 호가가 6억~7억원에 이른다.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매매의 경우 올해 1월 저점을 찍은 후 특례보금자리론이 도입되면서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전세 역시 덩달아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상승하고 있다”면서도 “지속적으로 인근 광명뉴타운 입주가 진행되는 만큼 광명역 일대 아파트 전세 가격이 계속 오를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은 물론 수도권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 전세 가격이 올해 3~4월을 기점으로 반등의 조짐이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조사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3월 5주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전주(-0.12%) 대비 0.06% 떨어지면서 하락폭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서울 25개구 중 18곳은 전주와 비교해 전세 가격 하락폭이 둔화되거나 보합(0%) 수준을 유지했다. 경기도와 인천 역시 부천과 인천, 김포 등을 제외하면 전세 가격 하락폭이 전주 대비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가격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봄 이사철을 맞이해 학군 등을 이유로 갈아타기 수요가 움직이면서 이전 대비 전세 가격이 크게 하락한 중저가 지역을 중심으로 계약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다만 이번 하락폭 둔화가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반적으로는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 가격이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편에서는 전월세 전환율 상승으로 월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강남도 전세 가격 회복 중
신규 입주 물량 소진 효과
수도권 전세 시장 역시 매매 못지않게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강남 주요 아파트 단지 전세 가격은 인근 다른 지역 아파트 전세가의 ‘바로미터’가 된다. 전세 시장 전망을 분석할 때도 강남을 먼저 살펴보는 이유다.
올해 초만 해도 강남은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세 가격이 급락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부담과 함께 3375가구에 달하는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 영향이 컸다. 올해 3월부터 입주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 물량이 쌓이면서 개포동 일대 전세 가격은 지난해 말부터 가파르게 하락했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한때 전용 84㎡ 기준으로 9억~10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급매물이 빠르게 소진되면서 전세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지금은 같은 면적 물건의 경우 대부분 호가가 12억~13억원에 형성됐다.
개포래미안블레시티지나 디에이치아너힐즈와 같은 인근 단지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해 12월부터 전용 84㎡ 기준으로 10억~11억원에 나오는 전세 매물도 상당했지만 이후 3개월 동안 거래가 많이 진행됐다. 지금은 저층도 12억원 이상 줘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현지 공인중개소 관계자 전언이다.
개포동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금은 10억원 전후로 들어갈 수 있는 주변 신축 아파트는 없다”며 “최소 12억원부터 매물이 올라와 있는데 그마저도 상당수 집주인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강남구 전체 전세 가격 하락폭도 크게 줄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구 전세 가격은 2월 2주 1.46% 하락을 기록한 후 5주 연속 낙폭이 줄고 있다.
서울 강남 입주 물량 많다지만…
수도권 일대 주요 아파트 단지 전세 가격이 바닥을 찍고 반등 조짐이 보이면서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통계 자료를 먼저 살펴보면 아직까지는 전세 가격 상승보다 하락을 점치는 사람들이 많다. 3월 KB전세가격전망지수는 82.6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전세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셈이다. 다만 2월과 비교하면 해당 지수는 77.3에서 약 5.3포인트 상승했다. 결론적으로 전세 가격 상승보다 하락을 점치는 사람이 많지만 상승을 예상하는 사람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입주 물량 역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전세 시장은 매매와 달리 철저하게 실수요 중심으로 움직인다. 따라서 공급 영향을 더 많이 받는 편이다. 올해 8월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올해 11월에는 서울 강남구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입주 예정이다. 원베일리(2990가구)와 퍼스티어아이파크(6702가구) 두 단지만 합쳐도 1만가구에 이른다. 서울에서 입지가 가장 좋은 두 곳에 대규모 입주가 진행되면 인근 지역은 물론 서울과 수도권 일대 전세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잠시 전세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어두운 요소가 많다”며 “고금리와 금융 시장 불안, 경기 침체 등 대규모 입주 물량까지 감안하면 올해 급반등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월세 전환율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08%로 나타났다. 2월과 비교하면 0.1%포인트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이 4%를 넘어선 것은 2020년 5월 이후 3년 만이다.
전월세 전환율은 전세보증금 대비 월세 변환 비율을 의미한다. 전환율이 4%일 경우 전세보증금 1억원을 월세로 전환할 때 필요한 비용은 400만원(매월 약 33만3000원)이다. 만약 전환율이 5%가 되면 보증금 1억원 기준 월세 비용은 약 41만6000원으로 증가한다. 전월세 전환율 상승은 결국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용 부담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는 고금리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했다면 앞으로는 월세 임차인이 전세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금리가 진정되면서 이제는 전세보다 월세가 꼭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기 시작하면 전세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