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2050년 한국 성장 시계 멈춘다...국가 생산성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이유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4. 1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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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한국 성장률은 0%대로 멈춰 선다?

그럴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말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KDI 국가 미래 전략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그의 전망에 따르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2050년 0.5% 내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증가율이 꽤 괜찮은 경우를 가정한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 0.7%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 25~50% 수준인 1%로 올라간다는 긍정적인 전망일 때, 2050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0.5%다. 그러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성장률은 제로(0%)다. 생산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제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 실장이 분석 도구로 삼은 총요소생산성은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집약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노동이나 자본뿐 아니라 대외 개방, 법률, 재산권 보호, 금융·노동·기업 활동 규제, 근로자 업무 능력, 기술도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쉽게 표현하면 노동과 자본의 변화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

기술 향상 속도 줄고

자원 배분 효율성 하락

그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대 경제성장률 하락은 자본 투입이 줄어든 게 주요 이유였다. 2010년대는 다르다. 노동과 자본 생산성은 괜찮았지만, 총요소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졌다. 최근 하락세는 기술 향상 속도가 느려지고 자원 배분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 실장은 “선진 기술과의 격차가 줄어들며 ‘따라잡기’ 효과가 약해졌고, 교육 제도가 유연하지 못해 인적 자원 개발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자원 배분과 관련해서는 ▲기업 진입·퇴출 제한 ▲경직된 노동 시장에 따른 인적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 ▲과도한 정책 금융에 따른 금융 자원 배분의 왜곡 등 3가지를 한국 생산성 둔화의 요인으로 짚었다.

한국 생산성 저하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은 이뿐 아니다. 국제 협력도 약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역 증가세가 크게 떨어졌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변수다. 정 실장은 “뒤처진 서비스업 경쟁력, 정부 부문 대비 민간 부문의 활력 저하 등도 생산성 저하의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대한민국이 인구 감소에 직면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노동 공급은 생산성에 크게 영향을 끼친다. 노동은 1991~2019년 경제성장률에 1%포인트 정도 기여했다. 2031년부터는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돌아선다. 그 폭도 점차 확대된다는 것이 KDI 분석이다.

KDI 청년·여성 일자리 확대 주문

정부는 12대 미래 산업에 ‘올인’

암울한 전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만한 묘책이 뚜렷하지는 않다. 그래도 점진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방안이 있다.

KDI는 한국 청년층과 여성의 저조한 경제 활동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 청년은 주요 선진국 대비 늦게 노동 시장에 진입한다. 여성 참여도 이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출산·육아기 여성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정확하게 M자 곡선을 보인다. 20대 때 적극적으로 노동 시장에 참여하지만, 출산·육아기를 거치며 일에서 떠나는 ‘경단녀’가 됐다 나이 들어 노동 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식이다.

학생이 외면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도록 하는 대학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영선 KDI 연구부원장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학 교육 구조 개혁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수요자가 외면하는 대학은 스스로 문을 닫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2021년 142만명인 일반 대학 재학생 수는 2045년 70만~80만명 수준으로 급감한다. 저출생 여파다. 2021년 기준 수도권 대학 정원만 57만6000명이다. 현 대학 수와 정원이 유지된다면 20여년 후 비수도권 대학 대부분이 문을 닫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대학 구조조정은 답보 상태다. 2018년부터 2020년 사이 대학 입학 정원은 단 5903명 줄었다. 2015~2017년 6만77명을 감축한 것에서 구조조정 속도가 더 느려졌다.

고 부원장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대학에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며 “신입생 충원율, 입학 경쟁률, 취업률 등에 투영된 수요자들의 선호가 정원 조정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치적 압력, 교수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 대학 지배구조 문제 등도 대학 개혁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고 부원장은 현재 운영 중인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인 ‘대학알리미’를 개편해 대학별 졸업생 평균 연봉, 학과별 취업률 전국 순위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학생 대부분은 학과 취업률을 과대 인식하고 있다”며 “(순위 공개에 따른) 대학 서열화 부작용은 학생들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개인적·국가적 손실보다 적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성민 KDI 공공투자정책실장도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 실장은 이날 콘퍼런스에서 “최근 학생 1인당 초·중등 교육 투자비는 OECD 평균보다 1.4배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하고 상위 학력 비율은 감소하는 등 학업 수준의 전반적 하향 평준화 현상이 감지된다”고 평가했다.

정부도 ‘생산성’을 국가 어젠다로 내세웠다. 지난해 12월 내놓은 ‘新성장 4.0 전략’은 국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방안이다. 정부안은 미래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생산성을 키우겠다는 게 포인트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AI, 수도 등 주요국이 산업화 단계에 들어간 12개 분야를 집중 지원한다. R&D 체계 개편, 인재 양성, 글로벌 협력, 금융 지원, 규제 혁신 등으로 신기술 확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도 정부 책무 중 하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 가능 인구 급감에 따른 대책이 필요한 데다, 국내 전체 기업 중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해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04호 (2023.04.12~2023.04.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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