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2000원 되면 사장보다 직원이 더 많이 벌어”
#1. 경기도 의정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장모(56)씨는 “이러다 내년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으로 쪼그라들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급 1만2000원이 됐을 때 수입이 어떻게 달라질지 계산해보고 나서다. 장씨는 “지금도 야간 아르바이트생은 200만원 넘는 월급을 받는다”며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차라리 알바를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2. 경기도 안산에서 해물탕집을 하는 김명숙(62)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재 직원 5명에게 각각 월 260만~270만원을 주고 있는데 최저임금이 1만2000원으로 오르면 인건비가 각각 300만~320만원까지 늘어나서다. 김씨는 “바쁜 시간에만 파트타임으로 직원을 고용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소상공인 “이러면 다 죽으라는 얘기”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현재(9620원)보다 24.7%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하고 나섰다는 소식에 소상공인들이 속을 끓이고 있다. 현 최저임금도 버거운데 더 오르면 폐업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공연 측은 “시급 1만2000원이 되면 주휴수당을 포함해 실질적으로 지급해야 할 임금은 시간당 1만4400원, 월 약 250만원”이라며 “2021년 기준 소상공인 월 평균소득이 233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실질 수입이 역전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행 최저임금법 4조1항은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최저임금 차등 적용도 촉구했다.
이들은 늘어나는 인건비 때문에 ‘나 홀로 운영’을 해야 할 만큼 소상공인이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고 강조한다. 실제 2018년 398만7000명이던 1인 자영업자 수는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늘었다.
오세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최저임금이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9620원으로 48.7% 수직 상승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영업이익은 43.1% 감소했고, 대출 잔액은 1000조원을 넘었다. 올해 들어서만 전기료 30%, 가스비 37.1%가 급등했다”며 “지금 소상공인은 한계 상황에 내몰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불만 목소리가 높았다. 가전제품 대리점을 25년째 운영하는 류근배(59)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직원당 월급이 30만~40만원씩 는다. 근무시간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22년째 삼겹살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동관씨는 “최저임금이 오르니 최근 몇 년 새 음식점에 나 홀로 사장이 부쩍 늘었다”며 “나도 말로만 사장이지 직원이 나보다 더 벌어간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를 운영하는 A씨는 “지금 점주들 단톡방에선 최저임금 관련 불만 글이 쌓이고 있다”며 “이건 모두 죽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에게도 최저임금 이슈가 초미의 관심사다. 직원 20여 명이 두고 공장을 운영하는 김창웅(70)씨는 “최저임금이 인상된다고 무조건 임금을 올릴 형편이 아니다. 이러면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국내 최저임금 수준이 주요국보다 높은 탓에 실제 현장에서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였다. 캐나다(32.1%), 영국(26%), 독일(19%), 일본(13.1%), 프랑스(7.4%) 등 주요 7개국(G7)보다 1.3∼5.6배 높은 수치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압박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인건비 부담 등 최저임금 이슈는 복합적인 게 사실”이라며 “먼저 인상 요인을 철저히 검토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일현·유지연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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