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여 해외로 뛰자”… 큰 꿈 품게하자 부흥 저절로

박성희 2023. 4. 12.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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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두천 동성교회 김정현 담임목사
2005년 태국으로 미션트립을 간 청년들이 교회에 모여 부채춤 공연을 함께 연구하며 준비하고 있다.


동성교회는 청년부에서 헌금한 돈은 100% 청년부를 위해서 사용한다. 김정현 담임목사(63·아래 사진)는 “자녀가 알뜰하게 모은 돈을 부모가 쓰지 않는다”면서 “요즘 가정마다 자녀에게 열심히 투자하는데 교회도 다음 세대를 위해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기도 동두천 상패동에 위치한 동성교회에 2002년 부임한 김 목사는 200명 출석 성도에도 불구하고 교회학교가 없다시피 한 모습에 놀랐다. 청년부 모임 인원은 한 명, 많으면 두 명이었고, 초 중등부 교실도 3분의 2가 비어 있었다. 미군 부대가 위치한 지역 특성상 학업과 취업을 이유로 지역을 빠져나가는 인원이 많아서 거리마다 청년들의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김 목사는 교회학교를 살리기로 결심했다. 출석 청년 한 명에게 무엇을 제일 하고 싶은지 묻자 “롯데월드에서 실컷 놀고 싶다”고 했다. 당시 동두천에서 서울로 직행하는 버스가 한 대도 없어 왕복하는 데만 대여섯 시간이 걸렸다. 고민할 새도 없이 김 목사는 답했다. “비행기표 사줄 테니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놀다 오렴”

2002년 청년부 1년 예산은 150만 원이었다. 그런데 모임 인원이 없어서 연말이 될 때까지 사용금액이 0원이었다. 김정현 목사는 2003년 청년부 예산을 10배 늘릴 것을 제안했다. 장로 및 교회 재직도 청년부 부흥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담임목사의 의견을 지지해 주었다. 2003년 1월 김 목사는 교회에 ‘청년부 비전트립 계획’인 “올해 7월 일본에서 진행하며 비행기표 전액 무료”를 발표했고, 한 주 만에 26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이때부터 7월까지 청년들은 매주 모여서 일본 여행 계획을 세우는 한편, 말씀 듣고 기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청년부가 만들어졌다. 일본 비전트립을 다녀온 후에도 청년들은 흩어지지 않고 교회로 모여서 그해 말 청년부 인원은 30명이 되었다.

김 목사는 다시 청년들에게 2년 후 국외 선교지를 방문할 것을 제안했다. 2년 동안 선교 준비를 열심히 해서 미션트립을 다녀오면, 다시 2년 뒤 세계 최고의 관광지로 비전트립을 다녀오는 계획이었다. 그렇게 2003년 일본을 시작으로 2005년 태국, 2007년 호주 뉴질랜드, 2009년 캄보디아, 2011년 미국, 20013년 필리핀…그리고 올해 1월 이스라엘까지. 코로나 기간을 제외하면 한 번도 쉰 적 없이 비행기표 무료를 원칙으로, 50명의 정원이 함께 비전트립과 미션트립을 번갈아 떠났다.

동성교회 중고등부와 청년부를 다니면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다. 교회의 다음 세대를 위한 과감한 지원 덕분이다.


동성교회는 국내 항공사 항공권을 2년 전에 구입하고 있다. 그래야 좋은 항공권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에 2년 뒤 떠날 호주 뉴질랜드 참가인원 50명의 비행기표를 계산하니 1억 원에 가까웠다.

교회 예산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자 김 목사는 “앞으로 청년부 헌금은 100% 청년부에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랬더니 일터를 찾아 서울로 이동하던 청년들이 교회에 정착하여 성실하게 모은 돈을 헌금했다. 2년 동안 모인 청년부 헌금이 4500만 원이었고, 교회예산과 장학 헌금 등을 합치니 2년 전 구입한 항공권 금액이 부족함 없이 채워졌다.

지금도 매년 청년부 예산은 청년부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 담당 교역자의 사례뿐 아니라 교회에서 지원했던 비전트립 예산을 전담하고 있으며, 중고등부 학생들이 미션트립에 동참할 수 있도록 중고등부의 비행기표도 후원하고 있다. 중고등부 학생들은 청년부가 되어 비전트립에 참가하는 것이 꿈이라서 졸업 후에 동두천을 떠날지언정 동성교회는 떠나지 않는다. 현재 동성교회 성도 수는 2000여 명이다. 부임 초에 청년이었던 이들이 배우자를 데리고 왔고, 자녀도 낳아 교회가 부흥했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 청년들이 가득하니 교회에 생기가 돌고 힘이 생겼다”며 “본당 1000석 좌석부터 교회학교, 자모실까지 인원이 차고 넘치는 것은 물론 봉사자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2007년 호주 뉴질랜드를 다녀온 청년들은 교회에 빚진 마음이 들었다. 청년들은 자원하는 마음으로 “70세 이상 교회 어르신 100명을 제주도에 모시고 가고 싶다”고 제안했다. 김 목사는 “위험해 안된다”면서도 “단 청년들이 1대1로 같이 가면 허락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듬해 100명의 청년들은 100명의 어르신과 함께 청년부 예산으로 제주도를 여행했다. 제주도에서 돌아온 어르신들은 매주 청년부를 찾았고, 청년들의 기도 제목이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며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었다. 또다시 청년들은 어르신들을 위한 효도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매년 70세 이상 어르신을 위한 효도 잔치를 열기로 한 것이다. 2009년부터 부모님 도움과 교회 지원 없이 최고의 식재료로 40여 가지 메뉴를 준비해 뷔페를 열고 있다. 또한 교회 밖으로도 시선을 돌려 동두천시청에서 소개받은 독거노인 20명의 집을 방문해 벽지와 도배, 씽크대 등을 교체해주는 봉사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올해 1월 비전트립을 마친 청년부과 중고등부는 미션트립을 준비하고 있다. 미션트립은 태권도팀과 부채춤팀을 비롯하여 이미용팀, 워십팀, 드라마팀, 사물놀이팀, 난타팀 등 다양한 팀에서 1인당 의무적으로 2팀을 필수로 선택해서 훈련받아야 한다. 교회에 전공자가 없는 팀도 있고, 지역 내 배울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아서 함께 영상을 보고, 책으로 연구하며 배운다.

김 목사는 “교회는 학생들과 청년들이 스스로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 확실한 투자를 해줘야 한다”며 “다음 세대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고 눈빛이 초롱초롱하여 스스로 교회에 오래 머물기를 힘쓰는 것이 한국교회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박성희 객원기자 jonggy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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