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대책 엇갈린 평가 “예방 효과 기대” vs “대입에만 초점”
교육부의 학교폭력(학폭) 근절 종합대책의 실효성을 두고 교육계 의견이 분분하다. 12일 교육부는 학폭 처벌 사항을 2026학년도 대입 정시부터 의무적으로 반영하고, 학생부 학폭 기록을 현행 졸업 후 2년에서 4년까지로 연장해 유지하기로 했다. 기록을 삭제하려면 피해자 동의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교육계 안팎에선 최소한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학폭 대책의 칼 끝을 ‘대입·진학’으로 한정해 잘못 겨눴다는 비판도 나온다.
“엄벌주의 효과 있어” vs “대입 상관없는 가해자 많아”
이번 교육부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학폭 가해자가 대입 시 불이익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학폭 기록 기한을 졸업 후 4년까지 연장한 만큼 N수생 가해자까지도 적용된다. 교육부가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설문에서도 91.2%가 ‘학폭 대입 반영’에 찬성했다. 최선희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장은 “100% 완벽한 대책이라고 할 순 없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경각심을 줘 학폭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태섭 이화여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부소장도 “과거 사례를 보면 학생부 기재 기한이 늘어나는 게 학폭 예방에 효과가 있었다”고 했다.
반대 의견도 많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학교생활에 부적응해 성적이 좋지 않은 학폭 가해자들도 많다”며 “상위권 대학 몇 개를 제외하고는 경쟁률이 매우 낮은 국내 대학 현실에서 대입 불이익의 학폭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입 불이익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학폭으로 이미 징계를 받은 사항이라 이중처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학칙 위반·소년법 처벌 등 다른 사안들과 형평성도 안 맞는다”고 했다.
현실적으로 학폭 불이익을 얼마나, 어떻게 줘야 하는지도 숙제다. 서울 사립대 한 입학처장은 “교육부에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낼 줄 알았는데, 대학 자율이라니 당혹스럽다”며 “불이익에 불복하는 학생의 소송·민원 등 후폭풍이 모두 대학 몫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초·중 대책 미흡…“고교 입시에도 학폭 반영 논의해야”
교육부 관계자는 “중학생도 학폭 기록이 있으면 자사고, 외고 등 고교 진학 시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성평가 요소일 뿐, 아직 명확하게 반영하는 고교는 없다. 경기도의 한 외고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계기로 고입에도 학폭을 반영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성곤 인천 연수중 교사는 “초·중학생은 처벌에 앞서 교육적 해결과 화해가 가능하도록 학교의 자율권을 더 강화해줬으면 한다”고 했다.
기록 삭제 피해자 동의 필수…“필요” vs “피해자 부담”
반면 노윤호 학폭 전문 변호사는 “지금도 학폭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와의 화해 정도, 가해자 반성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검토되는데, 최종 기록 삭제 여부가 피해자 몫이 된다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피해자 동의가 학부모 간 합의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김의성 학폭 전문 변호사는 “진정한 반성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감정적 다툼으로 인해 아예 기록 삭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소송 증가 불가피…“일상 회복·교화 프로그램 중요”
전문가들은 처벌보다 중요한 게 피해자의 일상 복귀와 가해자 교화를 위한 촘촘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선희 상담본부장은 “학폭 처벌의 목표가 대입 불이익에 한정돼선 안될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빨리 정상 생활을 찾아 학교에 복귀하고, 가해자들도 2차 가해 또는 추가 학폭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후연·이가람·장윤서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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