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없는 도청도 있나" 지적받은 박진 "논평할 입장 아냐"
[김도균, 남소연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남소연 |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에서 '상당수 문건이 위조됐고,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이) 미국이 악의를 갖고 도·감청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는데, 악의를 갖지 않았다는 것은 어떤 근거이며, 악의를 갖지 않고 하는 도청도 있느냐"고 박진 외교부 장관을 추궁했다.
박 장관은 "논평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 "사실 확인이 중요하며 관련 기관에서 사실을 확인 중이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면 한국과 공유하고 이후 문제를 협의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이게 협의로 끝날 일인가"라며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걸 무소속 의원은 '정부에서 자료 유출 사실을 언제 파악했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은 "어느 정부 부처에서 언제 처음 알았는지 확인을 못했지만 저는 지난 주말에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보고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은) 자료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했는데, 미국은 일부가, 우리는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한다"면서 "사실 확인도 다 안 된 상태이며 미국도 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대통령실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명백하고 단정할 수 있느냐"고 추궁했다.
"영원히 밝혀선 안 돼" 엄호 나선 국힘... 윤상현은 비판 목소리도
여당 의원들은 야당의 문제제기를 정치공세라고 규정하면서 문건이 위조라는 대통령실의 입장을 적극 엄호했다.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문건 대부분이 미국과 우리 우방국을 대상으로 한 것 같다. 북한과 중국에 대해서는 내용이 없다"면서 "결국 이것은 미국의 우방국 등 자유 민주주의 연대에 혼란을 주는 사안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사안과 관련된 몇 개 나라가 있는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이런 내용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정치공세를 삼는 나라가 있느냐"고 박진 장관에게 물었다.
박 장관은 "최종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 확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 프랑스는 출처가 확실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독일 정보기관 BND가 미국을 불법 도청했을 당시 독일 측이 시종일 일관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음)'입장을 고수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불법 도청을 우방국 사이에서 하면 안 되는 것이지만, 우리도 외국에서 이런 활동을 한다는 걸 전제로 하고 그걸 막기 위한 예방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태 의원은 유출된 문건의 진위여부에 대해서 "우리는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하고 야당은 어느 것이 위조됐고 어느 것이 위조되지 않은 것인지 구체적 사실을 밝히라 하는데 밝힐 수 있겠느냐"면서 "앞으로도 영원히 어느 것이 사실이고 위조된 것인지 밝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다른 여당 의원과 달리 정부의 대응을 성급했다고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윤 의원은 "양국 국방장관이 통화를 통해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며 "상당수가 위조됐다면 일부는 진짜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건들은 지난 1월부터 텔레그램 등으로 전파됐고 그 사이에 왜곡 가능성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왜곡이 됐느냐가 아니라 불법 감청을 했냐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미국 측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서 "대통령실은 불법 감청이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고 확정적으로 말을 했다. 미국 조사가 나오기 전 성급한 판단을 했다"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국제 관계에는 영원한 적국도 우방국도 없다"면서 "상식적으로 대통실에 대해서도 불법 도·감청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 아니냐. (대통령실이) 너무 성급한 결론 내린 거 같다"고 재차 지적했다.
한편, 이날 박진 장관은 "외교부는 (유출 문건의) 어떤 부분이 위조인지는 확인한 바 없다"고 밝혀 "해당 문건 상당수가 위조"라고 단언했던 김태효 1차장의 언급에 비해 훨씬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
박 장관은 "지금은 사실 확인이 제일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문건들의 신빙성이 있는 것인지, 어떻게 이것이 퍼지게 됐는지 등 관계 기관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미 양국이 협의하고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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