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식인의 세상'에서 희망을 말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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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나는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사자'라는 생각을 한다.
원형경기장에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이면서도 삶의 희망을 결코 포기허지 않는 사자.
인간이 싸우라고 만든 경기장에서 그에 따라 치열하게 싸우면 형벌을 받는 사자.
인간이 싸우라고 만든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죽어가거나 형벌을 받은 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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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기자]
가끔 나는 '노동자'는 '인간'이 아니라 '사자'라는 생각을 한다. 원형경기장에서 가망 없는 싸움을 벌이면서도 삶의 희망을 결코 포기허지 않는 사자. 생산이라는 거대한 경기에서 피흘리며 죽어나가는 슬픈 운명에 처한 사자. 살인 같은 죽음에 '범죄'를 따질 수 없는 사자. 죽음판을 벌인 인간에 대항하여 온몸으로 맞서 싸우면 포악하다고 불리는 사자. 인간이 싸우라고 만든 경기장에서 그에 따라 치열하게 싸우면 형벌을 받는 사자. -본문에서
▲ <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에세이집. |
ⓒ 생각의힘 |
쌍용자동차 복직 투쟁 10년 간 희망고문을 당하며 기다림에 지쳐 아파트에서 투신하고, 통장 잔고 만 몇천 원과 어린 자녀들을 남기고 죽음을 맞아야 했던 노동자들, 그들의 죽음은 그들을 잔인하게 벼랑 끝으로 내몬 사회적 타살이었다. 인간이 싸우라고 만든 경기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죽어가거나 형벌을 받은 사자들. 그들의 살과 피를 먹으며 돌아가는 사회.
여전히 이 사회는 노동자의 죽음을 먹이삼아 자본의 몸체를 키우는 식인의 풍습에 젖어산다. 노동자의 피로 몸체를 키우는 자본가의 탐심은 끝을 모른채 질주 중이다. 이런 끔찍한 식인의 세상에서 감히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책의 첫장에 "희망이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게 곧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루쉰의 글을 인용한다.
시작글 역시 '희망, 같이 가면 길이 된다'이다. 함께 연대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결기가 엿보인다. 그가 어떤 의도로 책을 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누군가는 그랬다. 희망에게 밥을 주면 희망이 자라고 절망에게 밥을 주면 절망이 커진다고 말이다. 책을 읽고 나니 그의 바람대로 같이 걸으며 길을 내는 꿈을 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책은 6부로 구성됐다. 일터의 죽음과 노동의 현실, 울타리치기를 통한 불평등 현장, 코비드 시대를 통해 보는 불평등의 상흔들, 경제학의 그늘을 말한다. 마지막 6부에선 광화문 광장, 영도다리, 매미의 치열한 한 생애를 보며 삶을 성찰하고 길 위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는 늘 낮은 자리, 불평등한 노동현장, 갈라치기로 울타리 밖에 선 이들의 삶과 현실을 주시하고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불평등한 노동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멈추지 않는다. '방향과 떨림이 섞인 세상의 나침판으로 방향을 향해 제대로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나침판'으로 길을 걷기를 원한다.
실천 없이 목소리만 높이거나 자기 확신에 젖어 그릇된 길을 고집해서는 제대로 방향을 정해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 곁에 '따뜻한 인간의 얼굴'을 가진 경제학자가 있다는 사실이 커다란 위안과 힘이 된다.
오늘도 안녕하셨냐고 묻지 않겠습니다. 아침마다 기어이 찾아 오르는 태양처럼 사느라고 애쓰셨습니다. 제가 태어난 곳에서는 '욕봤다'고 하고, 또 그뿐입니다. 내일도 어렵고 상처투성이겠지요. 하지만 늘 그랬듯이 뻔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끼리 온기 모아서 회복하겠지요. 아침 해가 꾸역꾸역 떠오르는 것처럼. 저는 새벽마다 마당에 나가 그런 당신을 오랫동안 바라보겠습니다.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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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직민뉴스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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