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와 드루와~ 푸른 눈 엄마가 있는 ‘우리 집’으로…

김아영 2023. 4. 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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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라 라이프투게더 대표의 자립청년, 보육원생 위한 다양한 사역들
이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곁에 있는 '한 사람'
라이프투게더 제공

서울 종로구 율곡로 라이프투게더 ‘우리 집’에는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10여명의 자립준비청년(자립청년)이 모인다. 라이프투게더는 보육원생과 자립준비청년을 돕는 비영리법인이다. 이들은 고세라(69) 라이프투게더 대표와 함께 음식을 나누고 늦은 밤까지 이야기꽃을 피운다. 일상을 공유하며 진로나 고민거리 등도 스스럼없이 꺼내놓는다.

오로지 그들만을 위한 ‘우리 집’

미국인이자 고세진 전 아세아연합신학대 총장의 아내인 고 대표는 30~40분간 자립청년들에게 생활 영어를 가르치면서 이들이 외국어 경쟁력을 갖도록 돕는다. 받는 것에 익숙한 이들에게 매주 주제를 정해 메모지에 감사 제목을 적도록 하고 나누는 훈련도 빠뜨리지 않는다.

라이프투게더 제공

고 대표는 12일 방문한 기자에게 라이프투게더 사무실을 ‘우리 집’으로 소개했다. 지난해 오롯이 자립청년만을 위해 마련한 아지트이기 때문이다. 내부에 들어서자 거실 한가운데 편하게 쉴 수 있는 대형 소파가 놓여 있었고, 책장에는 여러 보드게임판이 진열돼 있었다. 한쪽에는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대형 테이블도 눈에 들어왔다. 고 대표는 “기존 사무실을 고쳐 집처럼 꾸몄다”며 “자립청년들이 이곳에서 우리 집의 분위기를 느끼길 원했다”고 밝혔다.

자립청년 곁을 지키는 사람

고 대표는 어린 시절인 1962년 미국에서 한국 고아들이 단원으로 참여한 월드비전어린이합창단 공연을 본 뒤 한국 고아에 대한 각별한 마음을 품게 됐다. 1978년 서울신학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이 본격화됐다. 사제 간으로 만난 고 전 총장과 결혼한 뒤 92년과 95년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두 명의 한국인 아기를 잇따라 입양했다.

고 대표 가족은 학업과 사역 등으로 이스라엘과 미국 등을 오가다 2014년부터 한국에 자리 잡았다. 고 대표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한국월드비전 홍보대사로 활동한 딸과의 인연으로 보육원 시설인 신망원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아기들을 돌보는 봉사를 시작했다.

이한형 기자

어느 날 고 대표는 신망원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자신의 딸이 생각났다고 했다. ‘우리 딸을 입양하지 않았으면 시설에서 이렇게 생활했겠구나.’ 이를 계기로 자연스레 자립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당시 박명희 신망원 원장은 자립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질보다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고 대표는 그날 밤 하나님께 기도했다. 마음 한편에는 조금 화난 마음이 있었다. ‘하나님 한국에 교회들이 많은데 교인들이 뭐 하고 있나요.’

기도 후 자립청년을 돌보길 바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세라야, 너는 이들(자립청년)을 위해 무엇을 할 거니.’ 기도 응답으로 고 대표는 시설아동과 자립청년의 곁을 지켜주는 한 사람이 되기로 했다.

영어, 자립청년과의 연결고리가 되다

라이프투게더 제공

한국 미국 이스라엘 등에서 교수로 활동한 고 대표는 영어교육을 시설아동 및 자립청년들과의 접점으로 삼았다. 신망원 꿈나무마을 청운보육원 명진보육원 등에서 보육원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이들과 소통했다. 이들이 보육원을 퇴소한 뒤에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자립청년들과 계속 만남을 이어가다 2015년 비영리법인 라이프투게더를 설립했다.

라이프투게더에서는 보육원생과 자립청년을 위해 영어캠프, 가정 체험, 외부 활동, 독서 멘토링, 대학 진학 및 취업 지원, 진로 상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고 대표는 “라이프투게더의 핵심 활동은 보육원생, 자립청년 등이 어른 협력자와 장기적 관계를 형성하고 멘토링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설을 퇴소한 자립청년과 멘토링을 하는 것보다 최대한 어릴 때부터 친밀한 일대일 관계를 갖는 게 효과적이라고 봤다.

“처음 가족사랑 받았다”는 고백

라이프투게더 제공

자립청년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방학을 활용해 미국교회 성도들 집에서 2주간 머무는 가정 체험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고 대표의 모교회인 노스캐롤라이나주 ‘First ARP 교회’ 성도들이 이들과의 관계에 정성을 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1~2월에는 자립청년 9명이 미국을 방문했는데 성도 200여명이 60개 외부활동을 준비해 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고 대표는 “가정 체험에 참여한 자립청년들이 ‘처음 가족의 사랑을 받았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립청년들은 미국에서 가정 체험으로 만난 성도들과 계속 관계를 이어간다”고 귀띔했다.

이한형 기자

고 대표는 평소 70여명의 자립청년 및 시설아동과 연락하느라 바쁘다. 그는 이들에게 조금 딱딱한 느낌의 멘토보다 친근한 존재인 ‘프렌토’(Friento·Friend와 Mento의 합성어)로서 평생 이들의 곁을 지키고 싶다고 했다.

“자립청년들의 웃음에 보람을 느껴요. 그동안 마음이 아팠던 친구들은 환하게 웃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이들을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로 사랑할 것입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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