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포탄지원' 조작?" 묻자…김태효 "그 얘긴 묻지 말라"
“미국이 우리에게 악의를 갖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댈러스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정보당국의 한국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에 선을 그었다.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미 및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감청 의혹이 외교 마찰과 여론 악화 등 대형 악재로 번지는 상황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유출된 기밀문서가 “상당수 위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미 법무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기밀문서 유출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기밀문서의 위조 여부와 유출 경위가 명확히 드러난 이후 신중하게 움직여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금은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며 “미국은 이 문제를 심각성을 가지고 보고 있고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전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어 “사실 확인이 이뤄지고 한ㆍ미 간에 결과가 공유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 미측에 합당한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태효·박진 설명에도 여전한 의문들
우선 악의적인 도·감청이 없었다는 설명이 모호하다. 미 정보당국이 대통령실에 대한 도·감청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만일 도·감청이 이뤄졌다면 이는 동맹 간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다. 의도에 대한 평가는 부차적 문제다.
대통령실은 유출된 기밀문서엔 사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된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간 대화 등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위조됐는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태효 차장은 이날 공항에서 ‘김성한 전 실장 등과 관련된 기밀 문서상 대화가 조작됐냐’는 질문에 “그 얘기는 구체적으로 묻지 말라”고 답했다.
재고 부족해진 美, '포탄 대여' 계약
실제 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포탄 재고가 부족해진 미국에 155㎜ 포탄 50만발을 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지난해 11월에도 155㎜ 포탄 10만발을 한국으로부터 구매했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구매·대여한 포탄을 그대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는지, 부족해진 포탄 재고량을 채우는 데 그쳤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건에 담긴 대통령실의 포탄 우회 지원 문제와 미국의 도·감청 여부는 동맹국 간의 외교 관계를 감안할 때 세부 내용을 공개하기 부담스러운 주제일 수 있다. 특히 논란이 확산할 경우 “한·미 동맹이 다시 새롭게 다져질 수 있는 계기”(박진 외교부 장관, 12일 국민공감 강연)로 평가되는 한·미 정상회담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도·감청 의혹은 국익과 외교 주권의 문제인 만큼 물밑에서라도 미국 측에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충분한 설명을 요청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논란을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자는 게 아니라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난 이후 이를 토대로 움직이자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위조 내용이 가득한 문건을 토대로 미국과의 갈등을 키우고 동맹 신뢰에 금을 내는 것은 위조를 주도한 세력의 노림수에 놀아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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