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행복'으로 가스라이팅? 결혼지옥 그린 '킬링 로맨스'
주연 이선균·이하늬 코믹 연기 변신
가정폭력 탈출기 장르 변주로 담아
“먹다 보면 중독되는 민트 초코같은 영화죠.”(이하늬)
코미디 영화 ‘킬링 로맨스’(14일 개봉)의 주연 배우 이하늬는 지난 10일 열린 언론시사 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동 주연 이선균은 “대본을 처음 보고 ‘요상했다’”며 “처음 20분은 관객들도 당황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간 한국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영화란 것이다.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사 워너브러더스가 2020년 한국영화 제작‧투자에서 철수하기 전 만든 작품이다.
죽이는 로맨스란 제목의 ‘킬링 로맨스’는 ‘색감의 마법사’ 웨스 앤더슨 감독 풍의 동화같은 화면, 1980~2000년대 유행가를 대사처럼 쓴 뮤지컬 장면을 버무려낸 독특한 작품이다. 내용도 판타지 같다.
한국의 톱배우 여래(이하늬)가 남국의 섬 콸라에서 부동산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사랑에 빠져 결혼한다. 알고 보니 조나단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살인도 마다않는 폭군이다. 감옥같은 결혼에서 탈출하려는 여래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여래의 팬클럽 출신의 이웃집 4수생 범우(공명), 조나단으로 인해 모든 걸 잃은 아프리카 타조도 역습에 가세한다.
10년 전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캐릭터 코미디의 재미를 선보인 이원석 감독이 코미디‧로맨스‧서스펜스‧공포 등 장르를 오가며 전작 스타일을 극대화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2015)의 시나리오 작가 박정예가 각본을 맡았다.
발뒤꿈치+이하늬 얼굴…'발연기' 망가짐도 불사
중견 배우 이하늬‧이선균도 과감한 연기 변신을 했다. 이선균은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드문 코믹 악역이다. 중동계 캐릭터를 내세운 할리우드 코미디 ‘보랏’ 시리즈의 과장된 표정과 몸짓이 연상된다.
여래는 디즈니 영화 속 마법의 성에 갇힌 공주처럼 묘사된다. 극 중 그가 연예계를 떠나는 계기가 되는 ‘발연기’ 논란 장면에선 발뒤꿈치에 이하늬의 얼굴이 합성된 ‘짤’이 나온다. 영화 초반부에 배치된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적나라한 웃음 코드를 예고하는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H.O.T '행복'으로 가스라이팅…이선균 악역 도전
굴욕을 참지 못하는 조나단은 아내에게도 완벽을 강요하며 그걸 사랑으로 포장한다. '발연기' 여래의 복귀도 막아선다. 여래가 반항하려 하면 주문처럼 H.O.T. ‘행복’을 반복해서 부른다. “한번도 난 너를/ 잊어본 적 없어/ 오직 그대 만을 생각했는 걸~”. 다 너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가스라이팅이다.
‘알라딘’ ‘라푼젤’ ‘마법에 걸린 사랑’ 등 여성 캐릭터의 해방을 그린 디즈니 영화들부터 ‘스타트렉’의 외계인 손인사, 공명의 어수룩한 캐릭터에 묻어나는 주성치 식 유머까지 다양한 오마주, 장르 변주가 돋보인다. 엔딩크레디트가 끝난 후 쿠키 영상까지 방심할 틈이 없다. 뮤지컬 안무에는 댄스그룹 '프라우드먼'의 모니카가 참여했다.
OTT 금요일 출시 밴치마킹한 금요일 개봉 시도
이 영화를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 소개한 이원석 감독은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해도 누군가 작은 용기를 줌으로써 나를 둘러싼 두려움의 벽이 무너지기도 한다”면서 “(극 중 상황을 종결짓는) 타조는 그런 의미였다. 우리가 하찮게 생각하고 지나친 무언가에서 덕(德)이 돌아오기도 한다. 영화가 조금이나마 착한 마음을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킬링 로맨스’는 드물게 금요일 개봉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신작의 금요일 출시에 익숙해진 관객 습관을 겨냥한 전략이다. 상업영화 극장 개봉은 수‧목요일이 일반적이다. 이 영화의 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위축된 시장 속 개봉작 경쟁을 분산시키며, 금요일 콘텐트 공개에 익숙해진 소비자 트렌드에 부합할 수 있는 결정을 통해 시장 다변화를 꾀했다”고 금요일 개봉 이유를 설명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포르노 거물' 이미지 지웠다…EPL에 수천억 쏟아붓는 이유 | 중앙일보
- "MZ 돈 못 모으는 이유? 저축 5적 탓" 머니트레이너의 충고 | 중앙일보
- 옆집 다 탔는데, 그을린 흔적도 없다…강릉산불 '기적의 집' 비밀 | 중앙일보
- '새엄마 박상아 착한 척' 흉내 낸 전우원…"오 마이 갓" 눈 질끈 | 중앙일보
- 모로코 시장서 쫓겨난 백종원…"다신 오지마" 악플 테러, 무슨일 | 중앙일보
- 돈 훔치고 대변 테러에 개까지 버린다…범죄의 온상 된 이곳 | 중앙일보
- 눈꼬리 위로 올렸다…"디올 꺼져라" 중국 분노 터진 광고 보니 | 중앙일보
- 심장병 환자 1만4000명 살렸다…게다가 한푼도 안 받은 의사 | 중앙일보
- 이번엔 '만원 아파트'…월 1만원 내고 20평 산다, 화순의 실험 | 중앙일보
- [단독] "여성 알몸사진 받았다"…JMS정명석 뒤 봐준 교도관 캔다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