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도 넷플릭스처럼"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스트리밍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

김희윤 2023. 4. 1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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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구독형 아트스트리밍 플랫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서 오프라인 전시 병행

'밤에도, 새벽에도 갈 수 있는 미술관'

코로나19는 미술관을 찾는 관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고요와 적막이 감돌던 미술관은 새로운 방식의 전시를 창안했다. 자체 소장품으로는 부족했다. 국제협력전시를 위해 2021년 플랫폼 개설에 나선 국립현대미술관은 그해 아시아 4개 기관과 첫 협력 전시를 개최하며 새로운 개념의 전시 프로그램을 제시했다.

'서스센스의 도시, 워치 앤 칠3.0'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이 2021년 선보인 '워치 앤 칠 Watch and Chill'은 이름에서 연상되듯 넷플릭스처럼 집에서 언제든 접속할 수 있는 미술관을 표방하는 세계 최초 구독형 아트스트리밍 플랫폼이다. 2021년 첫 전시에 이어 2022년에는 유럽과 중동 주요 미술관과의 협력을 성료한 워치 앤 칠은 올해 미주 및 오세아니아 주요 미술 기관과 협력해 보다 확장된 전시를 선보인다.

올해 '서스펜스의 도시, 워치 앤 칠 3.0'은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주 최대 규모와 역사를 지닌 빅토리아국립미술관(NGV), 18세기 건립 이래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관 중 하나인 피바디에섹스미술관(PEM), 멕시코 내 주요 미술관 20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미디어/퍼포먼스 행사인 토노페스티벌(TONO)과 함께 한다. 스토리텔링, 긴장감, 몰입의 경험을 강화하고자 새로 개편된 ‘워치 앤 칠 3.0’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와 오프라인 전시를 동시에 열고 각 기관의 미디어 소장품 및 지역별 주요 작가 20여 명의 작품을 경험하게 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로그인을 통해 서비스 구독을 신청하면 한 주에 한 편씩 새로 공개된 미디어 작품을 한국어, 영어 자막으로 감상할 수 있다.

동시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막하는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건축가 푸하하하프렌즈(한승재, 한양규, 윤한진)가 전시와 동일한 제목의 건축 설치작 '서스펜스의 도시'(2023)를 선보이는데, 마치 가상 세계에 진입한 것 같은 미로 속을 탐색하며 경험하는 미디어 환경을 구축했다. 이 밖에도 박찬경, 자콜비 새터화이트(Jacolby Satterwhite), 정재경, 세실 B. 에반스(Cecile B. Evans), 클럽 아테(Club Ate) 등 한국, 호주, 미국, 멕시코 등 여러 지역의 현대미술 작가, 디자이너, 영화감독 등이 참여해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메리엄 베나니(Meriem Bennani), 캡스에서의 파티, 2018, 컬러, 유성, 25분 28초. 작가 소장 [사진제공 = TONO]

이번 전시는 ‘서스펜스(suspense)’의 방법론을 구사하는 미디어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몰입으로 점유된 시공간을 탐색하는 콘텐츠로 구성됐다. ‘달빛 아래 풍경’, ‘증거의 재구성’, ‘몸의 변이’, ‘죽지 않는 퍼포먼스’, ‘디스토피아 이후 세계 짓기’ 다섯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1부 ‘달빛 아래 풍경’은 기이함의 풍경을 다룬다. 가루쉬 멜콘얀(Garush Melkonyan), 권하윤, 장민승, 앨리슨 응우옌(Alison Nguyen), 닉 해밀턴(Nic Hamilton) 등의 작품을 통해 안정감이 이질적인 불안정함으로 전환되는 순간, 미지의 영역으로 들어갈 때의 심리적 변화를 살펴본다.

2부 ‘증거의 재구성’에서는 허구적 서사 혹은 실제 역사 속 일어난 범죄의 증거들을 찾기 위한 감식의 노력을 다룬다. 리오 샴리즈(Lior Shamriz), 정재경, 팔로마 콘트레라스 로마스(Paloma Contreras Lomas), 피아 보오리(Pia Borg), 파이어룰 달마(Fyerool Darma) 등의 작품은 선과 악, 적합과 위반의 경계 사이의 모호함으로 긴장감을 더한다.

3부 ‘몸의 변이’는 다른 어떤 것으로 변화하는 신체에 관해 이야기한다. 루이스 로케(Luiz Roque), 리앙 루스콤비(Liang Luscombe), 리오 샴리즈, 메리엄 베나니(Meriem Bennani), 송상희 등의 작업을 통해 삶과 죽음, 생존과 구원 사이에서 일어나는 육체의 변이와 변형의 장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송상희,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2017, 3채널 비디오, 컬러, 흑백, 유성, 17분. [사진제공 = 국립현대미술관]

4부 ‘죽지 않는 퍼포먼스’에서는 삶의 유산을 재연함으로써 죽지 않음(不死)을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살펴본다. 나오미 린콘 갈라르도(Naomi Rinc?n Gallardo), 정은영, 카리나 우토모 & 큐라8(Karina Utomo & C?r?8), 클럽 아테(Club Ate) 등의 작품은 ‘죽지 않는 존재(undead)’가 상징하는 타자성과 비인간적 존재들 간의 친밀감을 무대에 올리며, 규범적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관계들을 조명한다.

5부 ‘디스토피아 이후 세계 짓기’에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의 환상을 살펴보며 재앙의 시각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재고해보고자 한다. 박찬경, 스카위나티(Skawennati), 자콜비 새터화이트, 정재경, 치트라 가네쉬(Chitra Ganesh) 등 작가들이 파국적 현실의 상황을 바꾸기 위해 설정한 상상의 세계관 속 대안적 서사를 살펴봄으로써 동시대 주체들이 마주하는 세계를 가늠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개막 이후 4월 하반기 멕시코 토노페스티벌(TONO)에 참여하는 뮤제오 마나후아칼리(Museo Anahuacalli) 등 다수 미술관에서, 11월에는 미국 피바디에섹스미술관(PEM), 내년 3월 호주 빅토리아국립미술관의 NGV 트리엔날레의 일환으로 국제 순회전이 순차 개막할 예정이다. 아트스트리밍 서비스 ‘워치 앤 칠 3.0’은 마지막 순회 전시가 끝나는 2024년 4월까지 운영된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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