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정의선 잇달아 만난 尹…“MZ·미래·과학기술이 키워드"
윤석열 대통령이 재벌 총수를 잇달아 만나며 대기업과의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4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공장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난 윤 대통령은 일주일 뒤인 11일엔 기아 화성공장 기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현장을 시찰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은 윤 대통령의 방문에 발맞춰 수십조원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을 이례적이라 보긴 어렵지만, 일각에선 ‘밀착’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지난달 일본 순방 때는 4대 그룹 총수가 동행했다.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때도 4대 그룹을 포함해 100여개 기업의 대표가 동행한다. 자주 만나다 보니 윤 대통령과의 친밀감이 드러나는 모습도 자연스레 포착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윤 대통령의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방문 환영사에서 “대통령님께서 얼마 전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는 게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최선의 일이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제가 직접 들었다”며 “제 마음 깊숙한 곳에 울림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환영사를 직접 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재계에선 화제가 됐다. 11일 기아 화성 전기자동차 공장 기공식에선 윤 대통령이 정의선 회장과 편한 자세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대기업 총수만을 만나기 위한 자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순방 때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일환으로, 투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것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올해 키워드로 ‘MZ세대·미래·과학기술’ 세 가지를 제시했다”며 “대기업 방문은 첨단산업 등 미래 세대의 먹거리 창출을 위한 ‘미래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특히 강조하는 건 윤 대통령의 대기업 방문 때마다 빠짐없이 이어가는 중인 직원과의 만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현장의 분위기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매번 간담회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MZ세대가 참여하는데, 대통령실의 예상보다 호응이 더 좋다고 한다.
지난 4일 삼성디스플레이 방문 때는 500여명의 MZ세대 직원이 회사 입구에서 윤 대통령을 박수로 맞았다. 이때 대통령실은 삼성 측에 “왜 직원을 기다리게 했느냐.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는데, 삼성 측에선 “요즘 강제로 나오라고 어떤 직원이 나오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양대 노총의 비중이 높은 기아 방문 때도 윤 대통령과의 간담회 참석을 희망한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기업 편중 행보’란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당시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대표를 더 많이 참여시켰다”며 “곧 중소·벤처 기업인과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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