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심 필요" 줄다리기 행사에 쓰일 '고' 만드는 사람들 [복작복작 순창 사람들]
전북 순창군 사람들이 복작복작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기자말>
[최육상 기자]
▲ 옥천줄다리기에 사용될 40m가량의 줄로 암수 '고'를 만드는 현장. |
ⓒ 최육상 |
지난 10일 오후 전북 순창군 순창읍 향토문화회관의 순창문화원 앞마당에는 문화원 회원들과 35사단에서 대민지원을 나온 병사들이 미리 꼬아놓은 새끼와 밧줄을 감아가며 줄다리기에 쓰일 '고'를 만드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고를 만드는 현장을 돌보던 문화원 박재순 사무국장은 "'고'를 만드는 건 손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무엇보다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오는 14일, 순창읍 중앙로 일원에서 4년 만에 '제61회 순창 군민의 날'이 열린다. 순창 군민의 날을 화려하게 장식할 '옥천줄다리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 순창군민과 대민지원 나온 병사가 새끼와 줄을 한땀 한땀 감으면서 줄다리기에 쓰일 '고'를 만들고 있다. |
ⓒ 최육상 |
순창군 구림면에 사는 한 병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묵묵히 새끼를 감아가던 한 군민은 "이번이 5번째 고를 만드는 작업인데 힘은 들어도 군민들이 함께 줄다리기를 하는 걸 볼 때면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면서 "고 만드는 기술자 등록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줄 만드는 기술을 내가 배웠던 것처럼 가르쳐주고 싶은데 젊은 사람도 없거니와 안 배우려고 해서 우리 전통이 사라질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 줄다리기 줄에 쓰일 새끼 타래(한 묶음). 40m가량의 줄을 만드는 데 새끼 타래는 250여 개가 쓰인다고 한다. |
ⓒ 최육상 |
병력을 지원하며 현장에 나온 35사단 권혁창 순창지역대장은 "제가 순창에 근무한 지 6년이 넘었는데, 예비역 대상자만 해도 6년 사이에 1000명에서 700명가량으로 줄었다"면서 "젊은층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 줄다리기를 예전만큼 활기차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향토회관에 안쪽에 마련된 무대 공간에는 새끼줄과 천막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김문소 원장은 "고를 만드는 데 쓰이는 새끼 타래는 250여 개가 들어가고 굵은 밧줄은 이번에 새로 교체했다"면서 "보기에는 '고'가 그냥 만들어지는 것 같지만, 제작 비용과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 전북 순창군 순창읍에서 벌어진 옥천줄다리기 모습(순창군청 자료사진) |
ⓒ 순창군청 |
옥천줄다리기는 현재 순창군 순창읍 남계리인 '하전리'와 순화리인 '은행정리'로 나눠 힘겨루기를 한다. 암수의 고에 비녀목이라는 통나무를 꽂고 양편에서 줄을 잡아당겨 승부를 결정짓는다.
박재순 사무국장은 "지금은 줄 만들기에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가 걸리고 줄다리기도 하루에 끝이 나지만, 예전에는 며칠 동안 줄다리기가 이어졌다"며 설명을 이었다.
"줄다리기에서 이긴 쪽이 줄을 차지하게 되면 다음 날 다시 줄을 더 키워 만들고는 했어요. 이렇게 며칠이 지나면 순창읍내 전체 장정들이 나서서 약 1km가량 되는 줄을 들고 농악 소리 가득한 가운데서 줄다리기를 이어갔어요. 줄에 쓰인 새끼줄은 주민들이 나눠 가져서 비료로도 사용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줄다리기를 끝내면 새끼줄 처리하는 것도 일이에요. 옥천줄다리기는 풍년을 기원하는 큰 행사로, 순화리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는 속설이 있어요."
▲ 지난 2019년 옥천줄다리기를 하기 위해 현장으로 '고'를 이동하는 모습(순창군청 자료사진) |
ⓒ 순창군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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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전북 순창군 주간신문 <열린순창> 4월 12일자에 보도된 내용을 수정, 보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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