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쌍쉐 '위기 속 평화'… 현대차·기아, 24조 투자로 무분규 타결 노린다
중견3사, 점유율·판매량 하락에 '절치부심'
실적 기대감 높아진 현대차·기아는 준비 태세
'노조 중의 노조'로 불리는 완성차 노조의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임협(임금협상) 시즌이 돌아온다. 내수 점유율 하락과 판매량 저조로 절치부심한 중견3사(KG모빌리티·르노코리아·한국GM)는 파업으로 얼룩진 과거를 뒤로하고, 노사 협력 구축에 속도를 내자는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올해 실적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상태라 무분규 타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간 현대차와 기아 노조가 요구해온 국내 전기차 공장 증설이 확정된 가운데 이번 교섭 테이블에서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는 내달부터 노조와 임단협 교섭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는 임단협을, 기아, 르노코리아, 한국GM는 임협만 진행한다.
올해 완성차 업계 임단협 교섭에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지난해 5사의 노사가 모두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완성차 5사가 일제히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무리한 것은 12년 만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4년 연속, 한국GM과 기아는 2년 연속, KG모빌리티는 13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뤄냈다. 2년 전까지 4년 연속 파업을 진행했던 르노코리아도 지난해에는 무분규로 매듭을 지었다.
'르쌍쉐'로 불리는 중견3사는 올해도 이변없이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판매량과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면서 강성이었던 노조도 사측과 협력하는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어서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다'는 위기감이 평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게다가 올해는 3사가 모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무분규 타결은 필수적으로 해내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업회생을 끝낸 KG모빌리티는 쌍용차에서 사명까지 변경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고, 한국GM은 창원공장에서 생산한 트랙스 크로스오버 판매량 확대와 브랜드 이미지 변화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르노코리아 역시 내년 출시될 하이브리드 신차 준비에 노사 협력은 필수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완성차 업계도 노조로 갉아먹은 이미지를 회복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노조로 인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면 결국 브랜드 이미지 악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음을 노조도 사측도 파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수 시장 92%를 장악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이 전망되면서 실적 기대감이 크게 높아진 상태다. 다시말해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노조가 임금 인상폭과 성과급을 높게 제시할 가능성이 커졌단 의미다.
게다가 올해 연말에는 현대차, 기아 노조의 지부장 선거까지 예정돼있어 요구안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임기 동안 노조원들이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보여야하는 집행부가 강한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교섭에 난항을 겪을 경우 '사상 최대 실적' 이라는 충분한 파업 명분도 갖춰진 상태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대대적인 국내 전기차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만큼 올해 임단협이 무분규 타결로 마무리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1일 2030년까지 전기차 분야에 24조원을 투입하고 경기 화성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사측 역시 올해 임단협에서는 공장 증설을 통한 고용안정 카드를 내밀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그간 현대차 노조는 전기차 공장 신설을 강하게 요구해왔다. 내연기관이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제조 과정이 단순화돼 고용 감소가 불가피하지만, 대규모 공장이 증설되면 일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대기 물량 소진 등으로 당장 하반기부턴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하락 우려도 나오고 있어 올해 교섭 테이블에서 노사간 동상이몽은 더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호실적에 대한 충분한 보상과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 전략이 팽팽히 맞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1분기 호실적 전망은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쌓인 대기 물량이 상당부분 작용한 것"이라며 "하반기부터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1분기 실적만을 바탕으로 높은 임금 인상률을 요구한다면 오히려 사측과 접점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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