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해결사' 양의지, 존재감이 점점 더 커진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6)는 지난 1월 복귀 기자회견에서 "두산 시절 응원가가 참 좋았다. 그 영상을 몇 번 찾아보기도 했고, 가끔 귓가에 맴돌기도 했다"며 "만약 (올 시즌) 첫 타석에서 그 응원가가 다시 나온다면 소름이 돋을 것 같다"고 했다.
정작 양의지는 지난 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개막전이 끝난 뒤 "그 감흥을 느낄 새도 없었다"고 했다. 첫 타석부터 1-0으로 앞선 1회 1사 1·3루 기회를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미리 생각했던 대로 헬멧을 벗고 팬들에게 인사를 드렸지만, 그 후에는 '내가 꼭 쳐야 한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느라 응원가에 감격할 틈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그 타석에서 좌전 적시타를 날려 팬들의 더 큰 환호를 받았다.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11일, 양의지는 마침내 복귀 후 첫 결승타까지 기록했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 경기에서 3-3이던 7회 1사 만루 기회를 놓치지 않고 2타점 적시 2루타를 터트렸다. 개막 9경기 만에 홈 팬들에게 선물한 값진 승리 타점. 어느새 다시 익숙해진 그의 응원가가 더 크게 울려 퍼졌다.
2006년 두산에 입단한 양의지는 지난 4년간 NC 다이노스에서 뛰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으로 돌아왔다. 두산은 자유계약선수(FA) 양의지에게 4+2년 최대 152억원을 안기며 리그 최고 포수의 복귀를 환대했다.
새 시즌이 개막하자마자 '양의지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11일까지 6승 3패로 공동 3위다.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 받지 못한 데다 외국인 투수 한 명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데도 시즌 초반 페이스가 나쁘지 않다. 양의지는 "개막 전 많은 전문가가 두산을 5강 후보로 꼽지 않았다"며 "그 덕에 오히려 선수들이 부담 없이 경기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양의지는 늘 그랬듯, 포수로서도 맹활약하고 있다. 11일 경기에서 선발 최승용과 호흡을 맞춰 5와 3분의 2이닝 3실점 호투를 이끌었다. 첫 등판이던 지난 5일 NC전에서 1과 3분의 2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던 최승용은 이날 확 달라진 모습으로 남은 시즌 희망을 밝혔다.
양의지는 "지난 경기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1~2회 제구가 흔들렸을 때도)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공을 잘 잡아주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최승용도 "양의지 선배님 사인대로 따라갔더니 조금이나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고마워했다.
양의지는 지금 100%의 몸 상태가 아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하느라 평소보다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 올렸고, 벌써 피로도 누적됐다. 양의지를 향한 기대의 시선도 어깨를 무겁게 한다. 스스로도 "사실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래도 체계적인 관리와 트레이닝 파트의 도움 속에 매 경기 총력을 쏟아붓고 있다. 개막 전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두산의 포수' 자리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돌아온 '해결사' 양의지 덕에 두산은 웃을 일이 많아졌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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