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김가진 서훈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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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을 병탄한 일제는 이른바 조선귀족령에 의거 구한국 중신들에게 작위를 수여, 반일감정을 약화시키려 들었다.
이재완 등 5명 후작, 이지용 외 2명 백작, 이완용 외 21명 자작, 윤용구 외 43명에게 남작의 작위를 주었다.
김가진에게도 남작이 수여되었다.
동농이 남작 작위를 거부하지 못한 것도 일본으로부터 고종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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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웅 기자]
▲ 김가진 선생 김가진 |
ⓒ 석탑출판 |
대한제국을 병탄한 일제는 이른바 조선귀족령에 의거 구한국 중신들에게 작위를 수여, 반일감정을 약화시키려 들었다. 이재완 등 5명 후작, 이지용 외 2명 백작, 이완용 외 21명 자작, 윤용구 외 43명에게 남작의 작위를 주었다. 김가진에게도 남작이 수여되었다.
김가진의 일생에는 천려일실의 실수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망국과 더불어 조선 총독으로부터 종오위(從五位) 남작의 칭호를 받았다고 하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그의 지난날의 모든 공업(功業)을 욕되게 하였다. 그가 합병의 마지막 순간까지 합병을 반대했었다는 지조마저도 모두 사그라지고 말았다. (주석 1)
그는 왜 작위를 거부하지 않았을까.
동농이 남작 작위를 거부하지 못한 것도 일본으로부터 고종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책이었을 것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동농은 1905년 을사늑약 이전부터 서재필과 독립협회를 만들었고(1896년) 고종이 독립협회를 해산시킨 이후 대한협회 총재를 맡아(1908년) 개화와 독립에 매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대한협회 총재 당시 함께 일한 분으로 안창호, 신규식, 조완구 등이 있는데,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중요 인사가 되는 분들이다.
1919년 고종 서거와 3.1운동 이후 동농은 대동단의 총재가 되어 항일 투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 1921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삼일독립선언 2주년 기념행사. 정면 단상에 김가진 선생이 있음. |
ⓒ 석탑출판 |
그는 작위는 받았으나 일제가 주는 은사금을 받지 않았다. 며느리 정정화의 기록에 따르면 중국 망명을 앞둔 시기 대례복을 팔아서 생활할 만큼 생활이 곤궁했다고 한다.
일부에서 동농이 작위를 받았기에 당연히 은사금을 받았으리라 추측한다. 그러나 은사금을 받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기록이 없다. 장강일기에 의하면, 동농은 어쩔 수 없이 남작을 수작했지만 은사금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은사금을 받았으면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다. 거금이기 때문이다. 재정을 지출할 때는 서류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자료는 나오지 않았다.
청운동 백운장과 체부동 셋집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동농이 만약 친일파였다면 고종이 하사한 1만여 평의 백운장이 동양척식주식회사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 당시 작위 은사금은 현재 기준 수억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은사금으로 백운장을 보존할 수도 있었다. (주석 3)
그가 시세에 좇아 작위를 받고 친일노선을 걸었다면 3.1혁명 시기에 대동단에 참여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은사금을 받았으면 망명할 필요도 없이 서울에서 떵떵거리며 살았을 것이다.
▲ 동농 김가진과 아들 김의한, 며느리 정정화, 손자 김자동. 손자 김자동(88)은 현재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있다. |
ⓒ 서울역사박물관 |
김자동은 오랫동안 할아버지의 행적을 살핀 후 1994년 국가보훈처에 서훈신청을 하였다. 각종 증빙자료와 사료를 첨가하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훈을 받았고, 대동단 출신 83명이 서훈되었기에 총재를 지내고 항일무장단체 북로군정서 고문 등을 지낸 동농의 서훈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었다.
독립운동계는 '선친일 후독립운동은 서훈, '선독립운동 후친일'은 배제하는 일종의 불문율 같은 것이 통용되었다. '선친일'의 경우 이공속죄(以功贖罪), 즉 지은 죄는 공을 세워 갚는다고 했다.
주석
1> 신복룡, 앞의 책, 123~124쪽.
2> 장명국, 앞의 책, 192쪽.
3> 앞의 책, 194쪽.
4> 한홍구, 앞의 책, 1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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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인물열전 - 시대의 상식인 김자동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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