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취업난 여전한데…취업 늘었다는 일자리 통계의 진실
청년 취업난은 여전한데 왜 고용 통계는 나아졌을까.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크게 늘어나서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2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자 수는 25개월 연속 증가세다. 1년 전보다는 46만9000명 늘었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31만2000명)을 넘어섰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해 6월 이후 줄어들다 10개월 만에 반등했다.
고용률·실업률 같은 일자리 지표도 나아졌다. 15세 이상 고용률(62.2%)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올랐다. 1982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래 3월 기준 역대 최대다. 실업자 수는 84만명으로 1년 전보다 3만4000명 줄었다. 실업률(2.9%)은 1년 전보다 0.1%포인트 내렸다. 1999년 통계를 개편한 뒤 가장 낮았다. 일단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부는 모양새다.
겉보기에는 나아졌지만 속을 뜯어보면 '그늘'이 여전했다. 고용 훈풍에 기여한 주력은 60세 이상 취업자였다. 60세 이상 취업자는 1년 전보다 54만7000명 늘었다. 증가 폭이 2020년 2월(57만명)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60대 이상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보건 복지 등 취업자가 늘어난 산업군에 고령층이 분포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60세 이상을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선 취업자 수가 오히려 7만8000명 줄었다. 특히 신규 일자리를 구하는 20대(-8만6000명)가 가장 많이 감소했다. 5개월째 감소세다. 고용률(46.2%)도 1년 전보다 0.1%포인트 하락했다. 숫자뿐 아니라 비율도 감소했는데, 고용률 하락은 전 연령대에서 청년층이 유일하다.
‘경제 허리’인 40대(-6만3000명) 취업자 수 감소폭도 두드러졌다. 40대는 경제활동인구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연령대다. 서운주 국장은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의 업황이 부진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만9000명 줄었다. 올해 1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다. 2021년 8월(-7만6000명) 이후 감소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 부진 등 경기가 둔화한 영향이다. 제조업은 국내 주력 산업인 데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상용근로자가 많아 양질의 일자리로 꼽힌다. 도소매(-6만6000명), 건설(-2만명)도 줄었고, 보건·복지(18만6000명)와 숙박·음식점(17만7000명)은 늘었다.
‘취업의 질’을 따져봐야 할 요인은 또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 노무 종사자가 40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단순 노무 종사자는 음식 배달원, 택배기사, 가사도우미, 경비원 등을 포함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과 배달 음식 주문 등 비대면 소비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고용은 3~6개월 전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는 후행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날 우리나라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내렸다. 경제 상황을 더 나쁘게 보고있다는 얘기다.
서운주 국장은 “취업자 증가 폭은 전달보다 확대했지만, 수출과 소비 등 경기 영향을 받는 제조업, 도소매업을 중심으로 둔화 요인이 혼재해 향후 고용 전망이 불확실하다”며 “일상 회복, 해외 관광객 증가, 내수 활성화 대책 등은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취업자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조선·건설·해운업 등 주요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일할 사람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일자리 미스매치’를 우려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정부가 지원하는 직접 일자리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해 상반기에 99만4000명 이상 채용 목표(연간 계획 인원의 95.2%)를 달성하겠다”며 “인력 부족이 심각한 업종을 중심으로 규제 개선, 지원 확대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공급을 늘리는 등 ‘빈 일자리’도 채우겠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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