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호 교정원장 "원불교는 마음 공부와 감사 생활이 요체"
원불교 최대 절기인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을 앞두고 12일 서울 종로구 원불교 원남교당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창경궁 근처에 있는 원남교당은 건축물부터 눈길을 끌었다.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이었다. 막혀 있던 구도심 동네의 골목 7개가 지난해 10월 원남교당이 새로 지어지면서 서로 트이고 열렸다. 원불교 측은 “홍라희 여사의 어머니인 신타원 김윤남 교도께서 평생 다니던 원남교당에 유산을 모두 기부했다”며 “신타원님과 교도들이 기도와 힘을 모아 교당을 새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원남교당의 법당에서 원불교 행정수반인 나상호 교정원장을 만났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에서는 4월을 깨달음과 은혜의 달로 부른다”고 운을 뗐다. 원불교를 창시한 소태산(少太山, 박중빈, 1891~1943) 대종사가 1916년 4월 28일 진리에 눈을 뜨며 깨달음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나 교정원장은 “원불교는 소태산 대종사가 태어난 날이 아니라 깨달은 날을 기린다”며 “깨달음에 대한 마음공부와 은혜에 대한 감사생활이 바로 원불교의 요체”라고 강조했다.
원불교는 교단의 장기 플랜을 36년, 단기 플랜을 12년으로 잡고 세운다. 올해는 원기 108년이다. 세 차례 장기 플랜인 3대의 마지막 해이면서, 내년부터 시작되는 4대를 설계하는 해이기도 하다.
나 교정원장은 “재작년 경전인 원불교전서를 요즘 시대에 맞게 단어나 문투를 새롭게 편수하는 과정에서 교단의 마음이 갈라지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공감하지 못하는 교도도 많았다. 소통이 부족했다는 반성과 함께 새로운 혁신안이 교단의 장기 플랜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원남교당의 법당 정면에는 둥그런 일원상(一圓相)이 조명을 이용한 빛으로 드러나 있었다. 진리에 대한 우상 숭배를 경계하며 불상 대신 일원상으로 진리를 표현한 소태산 대종사의 뜻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 교정원장은 “사람에게는 부처가 될 수 있는 마음이 다 있다. 많이 배웠든, 배우지 못했든 마찬가지”라며 “소태산 대종사님 당시에 한 제자가 물었다. 추후에 대종사님 모습을 모셔도 되겠습니까. 그랬더니 대종사님께서 ‘나를 법당 한쪽에 모실 수는 있으나, 신앙의 대상으로는 삼지 말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겉으로 드러난 우상을 붙들지 말고, 깨달음을 통해 진리의 문으로 들어가라는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이었다.
올해 원불교 대각개교절의 표어는 ‘다같이다함께’이다. 나 교정원장은 “마음공부와 감사생활을 다같이다함께 하자는 뜻”이라며 “아울러 ‘환생’이란 단어도 썼다. 환경도 살리고 생명도 살리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원불교는 각 교당에서 재생에너지 100% 실현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남 영광의 교당에서는 이미 98%를 실현한 바 있다. 나 교정원장은 “전국 100개 교당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실현하려고 한다”며 “전국 각 종교의 성소에서만 재생에너지를 써도 효과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나 교정원장은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비대면 법회가 진행됐다. 이제는 대면 법회와 비대면 법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종교의 규범을 젊은 세대가 모두 수용하는 건 아니다. 막 출가한 젊은 교무들도 다른 면이 있다. 그러한 변화를 원불교의 장기 플랜에 녹여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종교전문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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