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달 넘긴 유아인 마약류 수사…왜 더딘가 보니

불구속 상태로 추가 소환 예정
최종 처분까지는 시간 더 필요

경찰이 마약류 투약 혐의로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지도 2달이 지났다. 이 기간 경찰은 유아인의 신체, 주거지, 병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관련자들을 모두 불러 조사했다.

유아인 본인은 물론이고 현재는 함께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공범에 대한 조사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불구속 상태로 진행하는 경찰 수사가 너무 무디고, 더딘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혐의 입증이 까다로운 의료용 마약류 사건 특성상 현 수사 강도나 수사를 부정적으로 예단하기엔 이르다는 게 경찰 안팎의 분석이다.

대마·프로포폴·코카인·케타민 등 마약류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유아인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프로포폴서 5종 마약류 투약으로 확대된 수사

경찰이 유아인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된 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의뢰가 발단이 됐다. 지난해 말 식약처는 유아인이 2021년 73회에 걸쳐 4400mL가 넘는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했다는 조사 결과를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지난 2월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유아인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수사에 나섰다. 간이 소변검사를 진행하고 체모 약 160가닥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 마약류 정밀 검사 결과에서는 프로포폴 외 대마·코카인·케타민 등 마약류 3종이 추가로 검출됐다. 뿐만 아니라 경찰이 2월부터 지난달까지 병원 여러 곳과 유아인의 주소지와 실거주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확보한 의료 기록에서는 졸피뎀 구매 정황까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명 연예인의 단순 프로포폴 투약 의혹은 이렇게 5종류의 마약 투약 혐의 수사로 확대됐다.

불구속에 늦어진 소환… 경찰 수사 정말 무디나

경찰은 지난달 27일 유아인을 불러 조사했다. 강제수사에 착수한 지 근 2달 만이었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마약류를 투약한 경위와 목적 등을 12시간 가량 추궁했다. 당시 조사 말미에는 유씨 측에 추가 소환을 고지했다. 2차 소환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경찰 수사 강도에 대해 의구 목소리를 제기한다. 여러 종류의 마약을 상습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대 사건인데도 구속영장 신청 한 번 없이 수사가 진행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가뜩이나 늦어진 소환 조사에 유아인이 마약 수사전문 검찰 출신 변호사 등을 대동하자 이 같은 의심의 눈초리는 더 강해졌다.

경찰 안팎에서는 불구속 수사, 나아가 사건 처분이 늦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두고 "예견된 일이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복수의 마약 수사 전문가에 따르면 유아인이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는 프로포폴,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은 범죄사실 입증이 어렵다고 한다. 수사기관 입장에선 의료 이외 목적으로 처방받고 투약했다는 점을 형사사법 대원칙에 따라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

공범 상대로 의료 목적 외 투약 진술 확보가 관건

경찰은 유아인과 마약류를 함께 투약한 공범 등을 상대로 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아인 측이 대마 흡입 혐의 일부를 제외한 다른 의료용 마약류 투약 혐의를 부인하자 보완 수사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경찰로서는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수집한 증거자료만으론 범죄사실 입증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공범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유아인이 의료 외 목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전망된다. 유아인에 대한 추가 소환은 이후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미 경찰은 유씨에 대한 모든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 신청 등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한 상태다. 의료 외 목적으로 마약류를 투약한 정황이 확실한 데도 유아인이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다면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길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경찰은 아울러 유씨가 의료 이외 목적으로 프로포폴 등을 처방받았거나 의료기록에 투약 횟수를 축소해 남긴 것으로 확인될 경우 병·의원 관계자들에게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사법처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경찰은 유씨에게 프로포폴 등을 처방한 것으로 의심되는 서울 강남·용산구 일대 병·의원과 유씨의 거주지 등을 압수수색하고 병·의원 관계자와 매니저·지인 등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