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尹정권, 미국 변호사인가…가해자 걱정하는게 처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의 마이크를 올려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2일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대통령실 도청 의혹을 두고 정부가 지나치게 '저자세'로 대응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미국 변호사냐"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뺨을 때린 사람은 내가 때린 것 맞다고 인정하는데 맞은 사람은 내가 언제 뺨 맞았냐고 비굴하게 변명하는 꼴"이라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걱정하는 것이 비굴하고 처참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한미동맹이 중요하더라도 국가 안전과 자존심마저 내팽개치질 않길 바란다"며 "동맹국이 국가 기밀을 탈취했다면 그건 명백히 미국 잘못이고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대해서도 당신들 잘못이니 사과하라. 다시 그러지 말라고 강력히 항의해야지 무슨 협의를 하느냐"고 덧붙였다.

박찬대 최고위원도 "대통령실은 도청 의혹이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하는데 미 국방부가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인가"라고 했다.

앞서 미 국방부 장관 보좌관인 크리스 미거는 1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도청 의혹과 관련이 있는 미 정부의 기밀 문건에 대해 "고위급 인사에게 제공하는 문서 형식과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최고위원은 "어떻게 같은 문건을 두고 미국과 용산 대통령실 설명은 다른 것이냐"며 "왜 일본과 미국 언론에는 아무 말 못 하면서 애꿎은 야당 탓만 하나. 야당 탓만 한다고 해서 안보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당 고문인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도청에 악의가 어디 있고 선의가 어디 있나"라며 "그 자체가 불법이고 나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부당한 도청' 따위의 건방진 소리를 할 수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 일정 협의차 미국을 찾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전날(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청)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