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韓 경제성장률 1.6% 수정…수출·소비·투자 추이 보고 결정"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현지시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당초 정부가 전망한 1.6%에서 수출·소비·투자 등 추이를 지켜본 후 하반기 플러스·마이너스(±) 여부를 진단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추 부총리는 과거 1·2차 오일쇼크, 글로벌 금융위기 등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 최근 30~50년 중 올해 경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여러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물가 안정을 최우선 기조로 삼겠다는 점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추 부총리는 이날 뉴욕에서 동행한 기자들을 만나 "수출, 소비, 투자 등 여러 변수를 보고 당초 전망 수치로 갈 수 있을지, 플러스·마이너스 알파 여부를 진단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전날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7%에서 1.5%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데 따른 하반기 경제전망 조정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IMF는 지난해 7월·10월, 올해 1월 전망에 이어 이달까지 네 차례 연속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추 부총리는 "IMF는 2개월 내지 3개월마다 전망치를 내는데 처음에는 높이 냈다가 점점 내려오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전망을 낙관적으로 봤다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가 나오고 최근 수출을 고려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1, 2차 오일쇼크, 글로벌금융위기 등 특정 시기를 제외하고 30~50년 중에 올해가 제일 안 좋은 시기"라며 "고용은 괜찮고, 물가도 조금 수습이 되고 있으나 고금리 여파가 곳곳에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 둔화라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IMF는 2024년 전망에서 선진국들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안 좋다고 보고 있으나 한국은 올해 1.5%에서 내년 2.4%로 내년이 더 좋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뚜렷하게 (경제성장률이)리바운드하느냐, 서서히 올라갈 것인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물가가 어느 정도 잡혔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물가는 전반적으로 하향세로 갈 것"이라면서도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 2%까지 가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물가 안정이 우선이고, 놓쳐선 안 된다.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지출이나 경기 문제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진작의 제1 수단은 통화신용 정책"이라며 물가가 안정 기조에 들어설 경우 향후 경기 회복을 위해 방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글로벌 은행 위기가 향후 더 안 좋아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체적으로 그런 상업용 부동산이나 일부 금융회사 문제가 좀 수습됐으나, 이들이 말하는 대체적인 얘기는 2008년과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라며 "일부 섹터의 걱정을 설사 하더라도 2008년 상황하고는 다른 얘기이기 때문에 당시 상황이 재현될 우려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씨가 계속 있을 수 있고 금융시장의 불씨는 작아도 우리에게 늘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늘 긴밀히 살피면서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며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중 무역 적자에 따른 수출선 다변화에 대해선 "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으로 다변화를 이미 시작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거대시장인 중국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했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에 따른 한전채 발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는 질문엔 "전기요금은 당정 간 여러 의견을 듣고 계속 논의하고 있다"면서 "개인적인 생각에는 늦어도 이달 내에는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표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최종방침을 정하는 것이지만 당이 현장 목소리를 중시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다 듣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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