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맛' 아는 선배들, 프로농구 4강 PO 뒤집어 놓을까?

이준목 2023. 4.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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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포인트 중 하나된 '감독 대결'... 단기전 승부에서 변수 나올 수도

[이준목 기자]

2022-2023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가 오는 4월 13일부터 막을 올린다. 5전 3선승제로 운영되는 4강전은 정규리그 1위 안양 KGC와 5위 고양 캐롯, 2위 창원 LG와 3위 서울 SK가 맞붙는다. 4강전의 승자는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에서 만나게 된다.

올해 4강 대진표의 주요한 관전포인트 중 하나는 '감독 대결'에 있다. 특이하게도 정규리그 순위와 감독들의 경험치가 반비례하는 구도가 눈에 띈다.

정규리그 1, 2위를 차지한 김상식 KGC 감독과 조상현 LG 감독이 올해 새롭게 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참자이자 나란히 프로농구 첫 우승에 도전하는 반면, 하위팀인 김승기 캐롯 감독과 전희철 SK 감독은 이미 '우승의 맛'을 아는 베테랑이다. 특히 김승기-전희철은 KBL에서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와 코치로서도 모두 우승을 경험해본 유이한 농구인이기도 하다. 4강 대진표에서 감독 경력만 놓고보면 묘하게 챔피언과 도전자의 위치가 뒤바뀐 듯한 모양새다.

플레이오프 통산 승률 1위 김승기, 역사 바꿀까
 
▲ 지시하는 김승기 감독 10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캐롯의 5차전에서 캐롯 김승기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KGC와 캐롯의 대결은 이른바 '김승기 더비'로 불리고 있다. KGC와 김승기 감독의 인연은 깊다. 김승기 감독은 2015년 당시 전창진 감독(현 KCC)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 KGC와 첫 인연을 맺으나 전 감독이 사임하면서 지휘봉을 물려받아 임시 대행을 거쳐 정식 감독으로 선임됐다.

김승기 감독은 'KGC 역사상 최고의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 김 감독은 7시즌간 팀을 이끌며 2번의 챔프전 우승과 1번의 준우승, 2회의 4강 PO 진출을 이끌어냈다. 정규리그 통산 승률은 .575(211승 156패)에 이른다. 2016-2017시즌에는 구단 역사상 최초의 통합우승에 이어, 2020~2021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로 PO에 나서 6강전부터 챔피언결정전까지 '10전 전승'을 거둬 챔피언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올해 KGC가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한 원동력도 사실상 김승기 감독이 만들어놓은 선수단이 주축이었다. 물론 KGC는 이전부터 강팀이었지만, '왕조'로 불릴 정도의 확고한 위상을 구축한 것은 김승기 감독의 업적이라고 할수 있다. 김 감독에게도 뒤늦게 사령탑으로 첫발을 뗀 구단이자 '명장'의 반열까지 오르는 데 있어서 KGC에서의 추억은 각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김승기 감독과 KGC간의 '뒤끝'은 그리 좋지 못했다. 김 감독은 FA가 된 슈터 전성현과 함께 지난 시즌을 끝으로 KGC를 떠나 신생팀 캐롯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감독이 사령탑 재임 시절 KGC 프런트와 갈등이 있었던 것이나 서로의 이별 과정이 매끄럽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농구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였다.

김 감독은 캐롯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올해 정규시즌 동안 여러 차례 친정팀을 '저격'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KGC 측에서 김승기 감독의 발언을 문제삼으며 '구단 비방 행위'로 KBL 재정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당시 논란이 되었던 캐롯의 '임금 체불' 사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지금보다 KGC 시절이 더 힘들었다"는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됐다. 김 감독은 KGC 시절 단장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그때 아끼면서 팀을 운영하는 것을 잘 배웠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지만 KGC 구단은 김 감독의 발언이 조롱 섞인 비방이라고 판단했다. 여론의 반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KBL 재정위는 논의 끝에 김 감독에게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운명의 장난처럼 KGC와 김승기 감독은 플레이오프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KGC는 정규시즌 1위와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하며 김승기 감독과 전성현의 빈자리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지웠다. 김상식 감독은 4강에 오른 가독들 중 나이와 경력 모두 최연장자지만, 프로무대에서 정식 사령탑으로 정규리그 우승과 봄농구 출전은 모두 올해가 처음이다.

김승기 감독은 구단의 재정난과 PO 출전자격 박탈 위기, 주축들의 부상이라는 온갖 악재 속에서도 신생구단 캐롯을 창단 첫해 4강으로 올려놓는 저력을 발휘하며, KGC에서의 성과가 '선수빨'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당당히 증명했다.

4강전은 객관적인 전력상 정규시즌 1위 KGC의 우위가 예상된다. 양팀의 정규시즌 상대 전적도 4승 2패로 KGC의 우세였다. 역대 KBL 플레이오프에서도 5위팀이 1위팀을 잡고 챔프전에 올라간 사례는 아직 전무하다. 캐롯은 돌발성 난청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주포 전성현의 컨디션 회복을 여전히 장담하기 어려운 데다, 6강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르고 오느라 체력적 부담이 상당하다.

그러나 단기전 승부의 특성상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측이 어렵다. 무엇보다 플레이오프 감독 통산 승률 1위(66.7% 34승 17패)에 빛나는 김승기 감독이 누구보다 잘아는 친정팀과 옛 제자들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년 만의 플레이오프에서 재회, 승자는?
 
▲ 승자의 미소 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서울 SK와 전주 KCC의 경기가 SK의 승리로 끝났다. SK 전희철 감독이 자밀 워니와 대화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창원 LG와 서울 SK는 2000-2001시즌 이후 무려 22년 만에 플레이오프에서 재회하게 됐다. 묘하게도 당시와 구도가 흡사하다. 두 팀은 22년 전과 올해 모두 정규리그부터 4강 직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LG가 극적으로 2위를 차지했다. SK가 전 시즌 디펜딩챔피언(1999-2000시즌, 2021-2022시즌)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3위와 밀려난 SK는 6강전에서 6위 대전 현대를 스윕(당시는 3전 2선승제)하고 4강에 올랐다. 올해 SK가 6강전에서 상대한 전주 KCC가 바로 현대의 후신이고, SK가 3연승으로 스윕승을 거두고 올라왔다는 것도 비슷하다. 2000-2001시즌 4강 PO에서는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LG가 3승 2패로 승리하며 창단 첫 챔프전 진출이라는 결말을 맺은 바 있다.

그때와 전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LG의 상황이다. 2000-2001시즌의 LG는 KBL 역사상 최강의 공격력과 '양궁농구'를 자랑하는 팀이었다. 당시 LG가 기록한 평균 103.3점은 KBL이 10구단 체제로 자리잡은 이후 지금껏 깨지지 않은 최다득점 기록이다. 반면 올해의 LG는 경기당 76.6실점으로 최소실점 1위를 기록한 '수비의 팀'이라는 정반대의 컬러를 가지고 있다.

현재 LG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조상현 감독은 공교롭게도 22년 전에는 바로 상대팀인 SK의 주축 선수였다. 조 감독은 국가대표 사령탑을 거쳐 올시즌부터 LG의 지휘봉을 잡아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고 부임 첫 시즌 만에 LG에 4년 만의 봄농구와 4강직행이라는 성과를 안기며 주목받는 젊은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LG는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수비 시스템의 핵심이었던 센터 아셈 마레이를 부상으로 잃었다는 게 변수다. NBA 출신의 베테랑 단테 커닝햄이 건재하고 대체선수로 레지 페리를 영입했지만, 마레이와는 스타일이 다르기에 전술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전희철 감독이 이끄는 디펜딩챔피언 SK는 비록 정규시즌 3위로 밀렸지만 6라운드부터 6강 PO까지 무려 파죽의 12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특히 6강전에서는 두 차례나 큰 점수차 열세를 뒤집는 대역전승을 거두며 자신감에 한층 물이 올랐다.

'MVP 듀오' 김선형과 자밀 워니의 막강한 원투펀치가 건재하고 허일영-오재현 등 식스맨들의 슛감각도 위협적이다. 다만 지난 시즌 정규리그 MVP 최준용이 부상으로 4강전에서도 정확한 복귀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게 변수다. 전희철 감독은 신선우, 유재학 감독(3연패)에 이어 KBL 역사상 3번째로 챔프전 2연패에 도전하는 사령탑이다.

프로농구 역사상 정규리그 상위 팀이 챔프전에 진출할 확률은 무려 72%에 이른다. 특히 4강에 직행한 정규리그 1위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경우는 92%(25회 중 23회)까지 올라간다. 반면 4강에 직행하지 못한 팀들이 챔프전에서 맞붙은 경우는 단 2번, 2008-2009시즌의 서울 삼성(4위)과 전주 KCC(3위), 2010-2011시즌의 원주 DB(4위)와 KCC(3위)뿐이었고 모두 KCC가 우승을 차지했다.

4위 이하 팀이 챔프전에서 우승한 경우, 5위 이하 팀에서 챔프전까지 오른 경우는 모두 전무하다. 11년 만에 하위시드 팀의 동반 챔프전 진출에 도전하는 3위 SK와 5위 캐롯이, 정규시즌 1, 2위팀을 상대로도 또 한번 '업셋의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올해 4강전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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