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경고에도 '개성공단 버스' 굴린 北...美위성에 딱 걸렸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 9일 민간 위성사진 전문업체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개성공단의 전자제품 생산업체 밀집 구역을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청색버스 여러 대가 정차해 있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12일 보도했다.
VOA는 버스가 정차해 있었던 곳은 "인터넷용 광통신 케이블과 커넥터, 인공치아 등을 생산하는 기업이 위치했던 자리"라며 "해당 버스는 북한 근로자들의 출퇴근에 활용됐던 버스로 판명된 바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근로자를 동원해 해당 기업의 생산 설비를 무단으로 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VOA 측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전날(11일) 북한의 개성공단 내 한국 자산의 무단 사용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권 장관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재산권 침해"로 규정하면서 "북한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고 국제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가에선 "오는 2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의 개성공단 관련 위법 행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2016년 2월 당시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임금 등 북한으로 유입된 현금이 대량살상무기(WMD)에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공단의 전면 가동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에, 개성공단 문제는 핵·미사일 개발에 투여될 가능성이 있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한·미의 공동 관심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북한이 무단으로 개성공단 설비를 가동해 이득 취했다면 이는 한국 기업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 다만 실효성 있는 법적 조치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권 장관은 전날 법적 조치의 구체안을 묻는 질문에 "남북 간 합의서가 있지만, 그 합의서에 기초해 구체적인 법적 조치를 하는 데는 상당히 제한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가능한 조치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법조계에선 재산권 침해를 받은 한국 기업들이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과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를 비롯한 국제 법정으로 사안을 가져가는 방안 등이 법리적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관련 판단에 따른 요구에 응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을 고려하면 뾰족한 해법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다만 당장의 실효성과 별개로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 자체가 북한에 외교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현재 상황은 정부가 북한의 불법 행위에 대해 국제 사회를 향해 일종의 '내용 증명'을 보내며 법적 근거와 명분을 쌓고 있는 상태"라며 "당장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지속적으로 활용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과 동·서해 군 통신선을 통한 정기 통화에 엿새째 응답하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문자 공지를 통해 "오늘 오전 개시 통화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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