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국제대회 성적-국내리그 흥행, 이젠 따로 논다?
[한림미디어랩 김정후]
▲ '이겼다' 2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9-5로 승리한 KIA 선수들이 서로 격려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연이은 국제대회 참사로 관중수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지난 1일 개막한 국내 프로야구가 역대 개막전 관중수 2위를 기록하는 등 뜻밖의 흥행세를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개막날 잠실·고척·문학·수원·대구 등 5개 구장에는 10만 5450명의 관중이 입장, 전 구장이 매진됐다. 이는 12년만의 호성적. 무엇보다 지난달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팀이 1라운드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은 직후라 관중수가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것이어서 야구팬들 사이에서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국내 프로야구 시리즈의 흥행이 좌우된다'는 명제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 베이징 하계 올림픽 이후다.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열기와 2004년 프로야구 병역비리 등의 악재로 1990년대만도 못한 관중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러다 2008년에 열린 올림픽에서 극적인 명승부를 써내며 금메달을 획득하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국내 리그로 쏠렸다. 실제로 2007년 410만 4429명에서 2008년 525만 6332명으로 무려 28.6%가 관중이 급증했다.
▲ 아시안 게임에서 야구 경기가 시작된 지난 1990년부터 올해까지 한국 야구 국제대회 성적 |
ⓒ 한림미디어랩 The H |
국제대회 성적 부진시 관중수 감소 현상은 '국제대회 성적과 국내리그 흥행 성적의 관계'에 대한 명제에 힘을 실어줬다. 2013년 WBC는 1라운드 탈락으로 '참사'라는 평가를 받은 뒤 관중수는 715만 6157명에서 644만 1945명으로 9.98%, 거의 10% 수준이나 감소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내 프로야구리그 흥행은 국제대회 성적에 좌지우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 8개 구단이 자리잡은 1990년부터 2022년까지 프로야구 관중수/자료제공=KBO |
ⓒ 한림미디어랩 The H |
그러나 2017년 이후부터는 계속된 국제대회 '참사'가 흥행에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기록들이 말해주고 있다. 2017 WBC에서는 2013 대회처럼 1라운드 탈락했지만 관중수는 840만 688명으로 2016년 833만 9천577명보다 오히려 근소하게 늘었다.
다음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을 획득했으나, 선수 발탁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한국야구협회 총재와 사무총장, 국가대표 감독이 사임하기도 했다. 이런 불상사에도 프로야구 관중수는 807만 3742명으로 3년 연속 800만 관중시대를 이어갔다.
이처럼 국제대회가 프로야구 흥행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진 이유는 야구 국제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림픽 야구 종목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가 대한민국·일본·대만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이유로 2008년 퇴출됐다. 아시안 게임은 일본·대만조차 프로 선수들을 출전시키지 않는다.
'야구 월드컵'을 표방하며 출발한 WBC는 유명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위상에서 차이가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WBC 경기 최고 시청률은 11.7%(공중파 3사 합계)로, 월드컵 축구 최고 시청률이었던 39.1%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개막 후 야구장에 가득 들어찬 관중을 보면 국제대회 성적이 국내 리그 흥행을 좌우한다는 명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이론에 힘을 보태주고 있다. 과연 이 야구장의 열기가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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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정후 대학생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스쿨 뉴스플랫폼 한림미디어랩 The H(www.hallymmedialab.com)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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