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원가공개 침묵하는 LH, 이제는 “응답하라”

류태민 2023. 4. 12. 11: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국민의 권익을 위해 공기업끼리 품질과 가격경쟁을 해봅시다."

하지만 문제는 공기업 중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LH가 지금까지 제기된 원가공개 소송 9건 가운데 8건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회사의 주인이 국민인 공기업이 아파트에 입주하게 될 시민들에게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가 아닐까.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국민의 권익을 위해 공기업끼리 품질과 가격경쟁을 해봅시다.”

지난달 30일 세곡2지구 사업결과 평가 발표 자리에 나온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또 다시 '분양원가 공개' 문제를 촉발시키고 있다.

통상 소비자와 생산자가 접하는 정보는 불균형하다. 그동안 가격수용자인 예비청약자들은 적정 분양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는 탓에, 본인의 집값이 ‘바가지 가격’은 아닌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공기업들이 앞장서서 실제 아파트 분양가가 어떻게 집행됐는지 알 수 있게 돼 소비자들의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공기업 중 가장 많은 주택을 공급하는 LH가 지금까지 제기된 원가공개 소송 9건 가운데 8건에서 패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적정 분양가 및 원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황 하에 원가공개는 분양가 적정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어 소송결과에 따라 당사자에 한해 공개 중"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면서 말이다.

법원조차 해당 정보 공개가 국민의 알권리라고 판단했는데, LH가 계속 항소하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는 셈이다. 아파트의 품질에 따른 적정한 수준의 이익과 가격이라면, 굳이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회사의 주인이 국민인 공기업이 아파트에 입주하게 될 시민들에게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가 아닐까.

1000원짜리 볼펜도 가격과 성능을 비교해서 구매하는 시대다. 하물며 10억원에 육박하는 주택을 살 때는 말할 것도 없다. 시민의 세금으로 짓고 관리되는 공공주택이라면 그 필요성은 더욱 분명하다. 땅값이 가장 비싼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공급되는 주택의 분양원가도 공개되는데, LH라고 못할 것은 없지 않나 싶다. 공개하기도 전에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며 겁을 먹는 것은 스스로의 행동이 떳떳하지 못하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 아닌가. 이제는 LH도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라는 사회적 요구에 응답할 차례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