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문서 유출, 게이머들 채팅방 말싸움서 시작됐다"

배재성 2023. 4. 1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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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문건이 처음 유출된 것으로 지목된 디스코드의 로고. AP=연합뉴스

미국 정부 기밀문서가 처음 공유된 곳이 한 게이머들의 비공개 대화방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오픈 소스 정보 분석가를 인용해 이번 유출이 게이머들의 말다툼에서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게이머들이 비공개 대화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주제로 언쟁을 벌이다가 미국 정부의 기밀 문서들을 꺼내 들었다는 설명이다.

기밀문서 유출이 발생한 장소는 게이머들이 활동하는 비디오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Discord)의 대화방이다.

영국의 조사연구단체 ‘벨링캣’의 분석가 아릭톨러는디스코드의 ‘마인크래프트 어스 지도’ 비공개 서버에 지난달 4일 ‘일급비밀’ 표식이 있는 문서를 포함해 10개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기밀문서들이 올라왔다고 밝혔다.

당시 이 서버에서는 게임 마인크래프트 지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짧은 말다툼이 벌어졌는데, 한 사용자가 “여기 유출된 문서가 좀 있다”며 이들 문서를 공유했다고 한다.

기밀 서류를 올린 사용자는 필리핀 유튜버 ‘와우마오(WowMao)’의 팬들이 모인 디스코드의 다른 서버에서 이 문서들을 찾았다. 이 서버에는 이미 사흘 전에 우크라이나 관련 확인되지 않은 문서들을 포함해 30개의 서류가 올라와 있었다.

그러나 와우마오 팬 서버에 공유된 서류들도 원본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터그 셰이커 센트럴’이라는 디스코드 서버가 1월 중순에 처음 이 서류들이 올라온 장소일 수 있다.

기밀문서들은 마인크래프트 어스 지도 관련 비공개 대화방에 등장하고 약 한 달 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포챈(4chan)에 나돌았고, 친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서도 유포되는 등 대중에도 알려졌다.

툴러는 게시물과 채널 목록을 봤을 때 터그 셰이커 센트럴 서버 이용자들은 군사 유튜브 채널인 ‘옥사이드’(Oxide)의 팬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비디오게임, 음악, 종교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 서버 이용자들은 몇몇 사안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특별히 지정학적이지는 않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비디오게임을 둘러싼 말다툼이 민감한 정보 유출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 ‘워 선더’는 기밀문서 유포 진원으로 악명이 높다. 이 게임 관련 대화방에서는 무기 관련 기밀 서류 유출 사례가 2020년 이후 10건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0월에는 프랑스 르클레르 탱크의 세부 디자인 기밀 정보가 유출됐는데, 이 탱크의 포탑 회전 속도에 관한 논쟁에서 이기려는 한 사용자가 올린 것이었다.

2013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콘솔게임 ‘엑스박스’와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커뮤니티를 사찰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유출된 기밀 문건을 퍼 나른 일부 사용자들은 미국 당국이 수사에 나서자 디스코드 계정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코드 측은 기밀 문건 유출에 대한 미국 당국의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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