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둔 JY, 반도체 돌파구 찾을까

조인영 2023. 4. 1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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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경제사절단'으로 美 출장길… 반도체법 등 우려 사항 전달 전망
인텔, IBM, 퀄컴 등과 비즈니스 미팅 가능성…추가 협력 끌어낼지 관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데일리안 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이달 말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맞물려 경제사절단으로 참가, 반도체 규제 관련 돌파구를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 정부는 반도체법 보조금에 깐깐한 조건을 내걸고 있어 삼성을 비롯한 주요 업체들의 고민이 커진 상황이다. 이재용 회장은 방미 기간 중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며 미 정부측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 IBM, 퀄컴 등 주요 빅테크와의 회동으로 추가 협력을 이끌어낼지도 관심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2023 미국 경제사절단'으로 이달 말 미국 출장길에 오를 예정이다. 업계는 지난달 일본 방문 때처럼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 현지에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생산 시설을 구축 중이거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CHIPS Act) 등 보조금, 세액공제 문제가 맞물려 있는 만큼 총수들이 직접 나서 미국 정·재계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대미 투자에 10조원 이상을 쏟아붓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21년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를 결정했다. 테일러 공장은 약 500만㎡(150만평) 규모로, 이곳에서 5G와 고성능 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힌다.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한다.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본격화되면서 당초 예상 보다 투자비가 늘어난 가운데, 최근 미 상무부가 보조금 기준을 상당히 깐깐하게 제시하면서 삼성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달 미 상무부가 제시한 보조금 세부 지침에 따르면 보조금을 받고자 하는 기업들은 웨이퍼 종류별 생산능력, 가동률, 예상 웨이퍼 수율(결함이 없는 합격품 비율), 생산 첫 해 판매 가격, 이후 연도별 생산량과 판매 가격 증감 등을 엑셀 파일에 입력해야 한다.


수율, 고객 정보 등은 영업기밀에 해당해 대미 투자가 한창인 삼성, 대만 TSMC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폭스뉴스는 10일(현지시간) TSMC가 미국 정부와 보조금 지급 조건을 놓고 협의중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TSMC는 약 53조원을 투자해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전자로서는 민감한 정보를 가급적 배제하면서 미국의 보조금 혜택을 받아내는 것이 최선이다. 이 같은 삼성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고 미 정부측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한 이재용 회장 역할이 막중해졌다.


이 회장은 방미 기간 미 정부 고위 관계자와 연방의회 핵심 의원들과 잇달아 만남을 갖고 반도체 보조금 등 공급망 문제와, 반도체 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 등 한·미 양국의 민·관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한 공급망 새판짜기 의도가 다분한 상황에서, 보조금 및 수출규제에 대한 한·미 상호 신뢰를 확인하는 과정은 상당히 중요한 과제다.


한국 반도체는 업황 부진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데다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도 급감하면서 이중고에 처해 있다. 삼성은 장고 끝에 감산을 결정하며 반도체 공급과잉 상황 해소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더욱이 반도체 산업 중심축이 메모리 반도체에서 시스템 반도체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삼성이 파운드리·팹리스(반도체 설계) 부문에서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려면 최대한 미 규제 부담을 덜어내고, 세제지원 혜택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은 2030년까지 반도체 생산 클러스터를 2개 이상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이를 겨냥한 삼성의 추가 대미 투자가 예상된다. 이같은 협력 강화를 꾀하려면 반도체법 초기에 미 정부의 우호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민간 외교관'인 이재용 회장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진 이유다.


한편 한·미 정상회담 기간 비즈니스 미팅도 열리는 만큼 인텔, IBM, 퀄컴 등 주요 고객사와의 교류도 예상된다. 이 회장은 이 기간 주요 경영진들과 만나 시스템반도체,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자율주행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협력과 SW 생태계 확장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신성장 사업으로 육성중인 바이오, 로봇 부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기업들과의 만남도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외에 추가 투자 물꼬를 틀 지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총수는 미국 정·재계에서도 홀대할 수 없는 중요 관리 대상"이라며 "공식 외교 채널 차원에서 해결하기 힘든 과제를 풀어내는데 이 회장의 인맥과 영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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