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비용 커질 수도"…美상장사 공시에 '은행위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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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는 사업 위험 요인에 '은행 위기'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정학적 위기, 기후 변화, 법적 소송 등과 같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내외 변수 중 하나로 은행 위기를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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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장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공시하는 사업 위험 요인에 '은행 위기'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정학적 위기, 기후 변화, 법적 소송 등과 같이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내외 변수 중 하나로 은행 위기를 꼽은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서 촉발된 은행권 위기가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는 가운데 관련 위험을 투자자들이 충분히 인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최소 9개의 미국 상장기업이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서류에 미 SVB 파산에 따른 은행 위기를 회사의 잠재적 위험 요소(risk factors)로 추가했다.
상장기업은 재무 상태나 사업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대내외 요인들을 투자자들에게 미리 알릴 의미가 있는데, 이 같은 위험 요소를 분기 보고서나 채무증권 발행을 위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공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정학적 위기, 기후변화, 법적 소송 등 기업의 실적(수익성, 재무안정성)이나 주가 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들이 언급돼 왔다.
상장기업이 어떠한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 관련 의무를 준수하고 있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자가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관련 정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차원이다.
SVB 파산에서 시작돼 퍼스트리퍼블릭까지 유동성 위기에 휩싸인 은행권 위기가 미 정부와 금융 당국의 빠른 진압으로 일단락됐지만, '고금리 부작용'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단기간 내 은행 위기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짙다.
특히 최근 지정학적 긴장에 따른 비용 증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 긴축,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에 따른 부채 증가 등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이 얽히면서 경기 침체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월가에서도 추가 위기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은행 위기 후폭풍이 수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달 초 공개된 연례 주주 서한에서 "2008년과는 같지 않겠지만 현재 위기가 언제 끝날지 분명치 않고, 설령 위기가 지나갔더라도 앞으로 몇 년간 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들은 은행 위기가 구체적으로 사업 활동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신용 이슈가 실물경기 위축과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위기의 추가 확산 시 경기 침체 심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언급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넬대 로스쿨의 찰스 화이트헤드 교수는 "기업들은 (은행 위기 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파생 위험들을 피하고 싶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공시 서류에서 은행 위기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장사들의 이 같은 경고는 은행 위기의 '잠재적' 위험에 대해 경계하는 차원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 파이낸셜그룹은 "'은행 위기'라는 용어의 등장이 회사의 미래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했음을 전달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약 이들 위험 요인이 다시 불거질 경우 사업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선제적으로 알리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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