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약 시장 잡아라…'제네릭 전쟁' 시작
SGLT-2 억제제, 다양한 효능에 급성장
제네릭 150종 출시… '복합제' 경쟁도 치열
대웅, 신약 '엔블로정'으로 승부수
당뇨병 환자가 날로 급증하는 가운데 인기 약물인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이를 둘러싼 국내 업계들의 제네릭(복제약) 전쟁이 촉발되고 있다. 시장 선점을 위한 '복합제' 개발에 열을 올리는가 하면 복약 편의성을 높인 신약으로 승부수를 던진 업체도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SGLT)-2 억제제 계열의 다파글리플로진 성분의 특허가 지난 7일 만료됐다. 바로 이튿날부터 해당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149종(단일제 89종, 복합제 60종)이 일제히 급여 목록에 등재되며 앞서 출시된 '프로 드러그'인 동아에스티의 '다파프로' 2종까지 합치면 150종이 넘는 당뇨약이 시장 확보를 위한 전쟁을 시작했다.
SGLT-2 억제제는 포도당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이를 소변으로 배출하도록 해 혈당을 조절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당의 흡수를 억제하다보니 기본적인 혈당 강하 효과뿐만 체중 감소의 이점이 크고, 심혈관계와 신장 안전성이 우수해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인 심부전 및 신장질환 치료제로도 쓰일 수 있어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특징을 살려 연간 10%에 달하는 성장세를 이어오며 지난해 1723억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제네릭 '다파엔정'을 내놓은 HK이노엔은 다파엔의 출시 기념 심포지엄을 '심신당부'(심장엔·신장엔·당뇨엔)로 이름짓고 내분비내과와 가정의학과 외에도 순환기내과(심장내과), 신장내과 교수를 초빙해 다파글리플로진의 다양한 사용 사례를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오리지널인 포시가가 만성 심부전, 만성 신장병까지 적응증을 인정받은 것과 달리 제네릭들은 2형 당뇨병만을 적응증으로 확보한 상황이다.
특히 이달 들어 당뇨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되면서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되고 있다. 당뇨병은 한 약만 쓰는 게 아니라 다양한 약을 쓸 경우 더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여러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병용요법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달 들어 메트포르민과의 2제 요법과 여기에 디펩피딜 펩티다아제(DPP)-4 억제제를 포함한 3제 요법 등 기존 당뇨병 치료제들과 SGLT-2 억제제 간의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가 적용되면서 시장 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제약사들은 복합제 개발에 나섰다. 이미 단일제 못지 않은 60종에 달하는 다파글리플로진 복합제가 급여 목록에 등재됐다. 당뇨 치료를 위한 병용요법 만으로도 환자가 2~3개의 알약을 한꺼번에 먹어야 하는데 다른 만성질환까지 앓고 있다면 이들 약도 함께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성분을 한 알에 넣음으로써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지난해 대원제약이 처음으로 DPP-4 억제제인 시타글립틴과 결합한 '다파콤비정'을 품목허가 받은 후 다양한 복합제가 나오고 있다. LG화학은 자체 개발 약물인 제미글립틴 기반의 '제미다파정'을 내놓고, 이에 더해 메트포르민까지 결합한 3제 복합제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도 자체 신약인 에보글립틴과의 복합제인 '슈가다파정'의 품목허가를 받고 2분기 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병용요법에 대한 급여화가 이뤄진 것과 달리 DPP-4 억제제와의 복합제는 아직 급여 적용을 위한 작업이 완료되지 못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될 방침이어서 진정한 본 게임은 다음달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GLT-2 억제제 시장의 성장성이 큰 만큼 다른 약물들의 특허 만료에 대비한 제네릭 개발도 활발하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은 2025년 특허 만료 예정임에도 이미 100개가 넘는 제네릭이 품목허가를 받았다.
국산 신약도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대웅제약은 SGLT-2 억제제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을 올해 상반기 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미 다른 SGLT-2 억제제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블로의 무기는 복용 편의성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존 약제보다 30분의 1의 용량으로도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 약제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지점 중 하나가 많은 약을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인만큼 복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다른 SGLT-2 억제제의 용량이 통상 10㎎인데 비해 엔블로정은 0.3㎎ 수준이다. 다른 성분과의 복합제도 현재 임상을 진행 중으로 단일제 출시에 맞춰 이 역시 출시에 나서는 한편 심장과 신장 질환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하기 위한 관련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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