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김도현 前베트남 대사 해임 정당"… "김영란법 위반 등 인정돼"
현지 기업으로부터 호텔 숙박권과 지인들의 무료 골프 라운딩 등을 제공받은 김도현 전 주(駐)베트남 대사를 해임한 대통령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은 일정한 경우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에서 주최자로부터 제공받은 교통·숙박·음식물 등을 수수금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법이 허용한 '통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김 전 대사가 자신에 대한 대통령의 해임 및 징계부가금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외무고시 합격 후 외교부에서 근무하던 김 전 대사는 2013년 명예퇴직 후 삼성전자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4월 특임공관장(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공관장)으로 임용돼 베트남 특명전권대사로 임명됐다.
그런제 재임 중 청탁금지법 위반 및 공관 직원들에 대한 갑질 의혹이 불거졌고, 2019년 5월 중앙징계위원회의 해임 등 징계 의결을 거쳐 같은 해 6월 대통령으로부터 해임 및 징계부가금 2배 부과 처분을 받았다.
그의 주된 징계 사유는 ▲베트남 현지기업으로부터 미화 1590달러 상당의 호텔 숙박 등을 제공받은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베트남 다낭을 방문한 전 직장 관계자들 부부의 무료 숙박과 골프 라운딩 제공을 요청한 행위(공무원 행동강령 위반) ▲현지기업으로부터 항공권과 도자기 등 선물을 받고 다음날 반환했지만 신고하지 않은 행위(공직자윤리법 위반) ▲공관직원들에 대한 막말 등 갑질 행위 등이었다.
김 전 대사가 징계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의 하급심에서는 결과가 엇갈렸다.
1심은 김 전 대사의 징계 사유 대부분을 인정하고 해임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하지만 2심은 김 전 대사에 대한 해임 등 처분에는 징계재량권의 일탈·남용이 있어 위법하다며 해임 처분을 취소했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대사가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삼성전자의 전·현직 임원들과 베트남 현지기업 관계자들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대사로서의 공식 업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현지 기업으로부터 무료 호텔 숙박을 제공받은 것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 행사에서 제공받은 것이기 때문에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행위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다시 결론이 뒤집혔다.
가장 쟁점이 됐던 건 김 전 대사 부부가 현지 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호텔 숙박이 청탁금지법상 적용 제외 사유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2심 재판부와 달리 청탁금지법상 허용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했다.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숙박을 허용하고 있는데, 김 전 대사 부부의 경우 다른 행사 참석자들보다 숙박료가 더 비싼 호텔 숙박을 제공받았고, 한 차례의 공식적인 만남과 만찬만 이뤄진 행사 때문에 3박 4일간 무료 숙박이 제공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제공하는 숙박을 수수가 금지되는 금품등의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라며 "여기에서 '통상적인 범위'라고 함은 사회통념상 일상적인 예를 갖추는 데 필요한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공직자등에게 제공된 숙박이 통상적인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는, 숙박이 제공된 공식적인 행사의 목적과 규모, 숙박이 제공된 경위, 동일 또는 유사한 행사에서 어떠한 수준의 숙박이 제공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김 전 대사가 자신의 지인들에게 무료 숙박을 제공하도록 현지 기업에 요청한 것은 자신의 직책에서 유래된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또 항공권과 도자기 등 선물을 받고 다음날 반환했더라도 즉시 신고하지 않았다면 공직자윤리법상 신고의무 위반에 해당된다고 결론 내렸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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